유원그룹이 한보그룹으로 넘어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보의 끝없는
고속성장질주"에 또다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1년 수서사건으로 한때 그룹해체위기에까지 몰렸던 기억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그룹이어서 특히 그렇다.

한보의 성장가도 질주는 우선 최근 2~3년새 일어난 기업인수에서 엿볼수
있다.

한보는 지난해에 상아제약과 삼화신용금고(현한보상호신용금고)를
사들였다.

정부가 매각방침을 변경해 무산되긴했으나 석탄공사의 매입도 추진했었다.

승보데이타시스템을 한보정보통신으로 바꿔 정보통신사업에도 발을 들여
놓았으며 한맥유니온을 세워 케이블TV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해외자원개발에도 적극나서 중국 귀주성 유전탐사를 진행중이다.

한보의 팽창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는 23일 1단계공사(연산3백만t)
가 완료되는 아산만 철강단지건설.

연산 7백만t규모로 총사업비가 4조원에 달한다.

1단계공사만 하더라도 1조8천억원가량이 투입됐다.

오는 97년 공사가 모두 끝나면 한보철강은 포철에 이어 국내 2위의 철강
업체로 부상한다.

내용이야 어떻든 한보는 이렇게 해서 자산기준 18위그룹으로 급부상했다.

93년 자산기준으로 재계랭킹 28위였던 그룹이 작년한햇동안 총자산을
1조원 늘려 3조4백62원원으로 불렸다.

이번에 인수한 유원그룹을 합치면 15위로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한보는 또 아산만 철강단지가 완전 준공되는 오는 97년에는 매출이 10조원
이상으로 확대돼 10대그룹에 끼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철강을 축으로 유전공학 정보통신등의 사업을 강화하고 유원건설인수를
계기로 건설부문을 보강해 2001년에는 도급순위 10위이내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미스테리"에 가깝다고 할수있을 정도의 고속성장이다.

과연 그비결은 무엇인가.

또 엄청난 투자비는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가.

한보그룹은 철강단지 기계설비자금은 80%를 정부로부터 외화대부형태로
융자받고 공장건설대금은 산업은행으로부터 60%가량을 대출받았다고 밝힌다.

나머지는 회사채로 3천억원, 해외전환사채로 5백억원, 유보자금으로 1천
5백억원을 조달했다는게 한보측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한보는 또 아산만 철강공장이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만큼 신용이
높아져 자금조달은 더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그룹관계자는 "처분가능한 부동산이 1조원에 달해 자금조달문제로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평당가격이 1천만원대인 서울 개포동과 장지동에 각각 4만평과 1만평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보그룹의 설명을 액면그래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일부 있다.

계열사가 13개사에 달하나 한보철강과 상아제약을 빼고는 대부분이 신생
기업이거나 부실인수기업어어서 이익기반이 취약하다.

한보그룹의 지난해 그룹매출은 1조3천11억원.

수서사건이 터진 91년에 비하면 3배가까이 늘어난 액수이나 자산증가에
비하면 적은 규모이다.

재계 일각에서 대외신용을 위해 외형만 부풀려 놓은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이희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