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슈퍼마켓등의 대형화된 점포가 늘어나고 할인점등 신업태가 등장
하면서 재래시장이 위축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할인점이 곳곳에서 문을 열면서 재래
시장의 가격이 싼 메리트도 사라지는데다 주차및 편의시설도 열악해 고객들
의 이동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숙녀복상가인 커먼프라자와 아이엠등 2개 상가에 점포1개씩
을 임대, 의류도소매업을 하고있는 차진영씨는 "지난 90년이후 평소에는
물론이고 명절때에도 대목경기를 거의 실감할수 없다"고 푸념했다.

재래시장의 의류상가들은 야간에 50-60대의 버스로 집단구매를 하러오는
지방의 소매상인들을 상대로 한 도매영업위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남대문시장 42개 상가의 관리를 맡고있는 남대문시장주식회사의 이재수
기획과장은 "대기업자본과 외국업체의 유통시장 참여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데도 상인들과 지주들의 이해관계로 재건축 공동화사업등 대응책
마련이 부족, 이대로 가다간 재래시장의 존립자체가 불안정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인들의 독특한 개인주의도 시장의 불황탈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대문운동장옆 제일평화시장2층에서 아동복도소매업을 하고있는 박동찬
사장은 "시장사람들의 생리상 상권전체를 위한 공동화사업 추진이란 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의 자구노력부족외에 행정 세제 금융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전무한
것도 재래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상가 공동의 브랜드개발 구매 판촉 집배송등을 위한 상인조합을 결성하기
위해선 시장개설자의 동의를 첨부, 중소기업진흥공단 시도행정기관 기협중앙
회등을 거치며 복잡한 행정절차를 마쳐야만 한다.

한국시장협의회의 유영수전무는 "정부는 최근 내놓은 유통산업 근대화
시책에서도 재래시장 육성방안을 배제하는등 행정적 지원에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결국 시장에 몸담고 있는 상인들과 지주들이 힘을 합쳐
자구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래시장은 대기업과 외국업체의 유통업참여등 안팎의 파고를 시설현대화
와 공동화사업 모색등으로 헤쳐나가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부르뎅 마마아동복상가, 맨코스 빅벨상가등은 지주와 상인
공동의 브랜드개발, 대중매체를 통한 판촉활동등을 전개해 독자고객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대문시장은 지하1층 지상3층 연면적3천5백평의 노후건물인 본동상가를
연면적3만평 지하7층 지상 15층의 현대식 건물로 재건축, 24시간 영업으로
도소매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시장현대화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최대약점인 주차난과 협소한 쇼핑공간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면서도 재래시장의 기본골격을 살려 유통시장 개방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동대문시장의 경우는 시장현대화에 일찍부터 눈뜬 젊은 상인들이 전문화된
집단상가를 형성, 재빨리 현대화물결에 합류했다.

94년 10월에 개설한 동대문운동장옆 디자이너클럽은 남대문시장등지에서
의류영업을 하던 상인들의 공동출자로 개설한 숙녀복상가로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공동브랜드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동대문상권에는 이외에도 동대문패션유통센터 혜양패션프라자 누죤상가
거평의류도매센터등 대형의류상가가 신축되고 있다.

이들 상가는 대부분 10층이상의 주상복합건물로 백화점에 버금가는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상품구색으로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
이다.

동대문상권의 현대화추세는 기존 상권에도 자극을 주어 인근 제일평화시장
광희시장 신평화시장등 노후상가의 시설개체를 촉진시키고 있다.

주택가 근린시장의 현대화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유통혁명기에 걸맞는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유도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