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탁비대화방지를 위한 은행신탁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신탁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5일까지 은행들의 금전신탁은 총2,82
7억원 증가,전년동기 증가액 2,330억원보다 497억원 많았다.

특히 정부가 이달부터 동일한 신탁상품에 들어온 자금을 모두 합동으로
운용토록하고 개별펀드는 금지토록 함에따라 감소가 예상됐던 가계금전신탁
도 같은기간동안 1,015억원이나 늘어 전년동기의 1,078억원과 엇비슷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폐지키로한 개발신탁만이 285억원증가하는데 그쳐 전년동
기 1,082억원의 4분의1 수준으로 주춤했다.

이렇듯 은행신탁의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신탁수익률이
현재 은행권상품중에서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는데다 <>은행들이 신탁운용
댓가로 받는 수수료율을 인하,배당률을 최대한 떠받치고 있으며 <>증시침
체등으로 신탁외에 별다른 운용수단이 없는데 따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
명하고 있다.

실제 6대시중은행의 지난5월 가계금전신탁의 평균배당률은 연12%대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배당률은 연10%대인 은행계정상품보다 훨씬 높다는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또 은행들이 개별펀드로 운용하던 상품의 배당률저하를 막기위해 수수료
율(보수율)을 낮춘것도 신탁의 꾸준한 증가를 유도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
다.

이달부터 연12%대인 일반가계금전신탁과 연14%대인 개별펀드를 통합운용
함에따라 일반신탁의 배당률은 높아지고 개별펀드의 배당률은 낮아질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이를 방지하기위해 개별펀드가입자에게 수수료율을 인하함으로써
기존 배당률을 가능한한 보장하고 있다.

은행관계자들은 이에대해 "현재 제2금융권 상품과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이른바 개별펀드등 고수익상품밖에 없다"며 "은행이 생존을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간판상품의 배당률을 올릴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언제까지나 수수료율인하등 제살깎아먹기식으로 배당률
을 떠받칠수 있을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신탁증가세가 주춤할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
하다.

그러나 일부 은행에선 투자금융사나 증권회사등과 제휴,복합상품을 만드는
등 정부의 신탁비대화방지정책을 "우회돌파"하는 방안을 구상중이어서 정부
의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지난 5월말현재 14개 시중은행의 수탁고는 총86조4,188억원으로 총
수신 154조5,722억원중 55.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하나 보람은행등은 신탁이 총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
고 있다.

결국 신탁이 엄연히 은행의 간판상품으로 자리잡은 만큼 배당률을 가능한
끌어올리려는 은행들의 노력과 이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한동안 숨바
꼭질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