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은 점포개발팀소속 직원들이다.

신설할 점포가 많아져서가 아니다.

임대료가 올라 건물얻기가 특별히 힘들어진 때문도 아니다.

신설점포숫자와 점포임대료는 예년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이들이 바빠진 것은 점포1개를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새로 내는 점포 대부분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 위치해 있는 탓이다.

그것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읍면에 소재한 점포가 많아 그 지역을
한번 방문하려면 여러날이 소요된다.

그러니 점포개발팀직원들은 며칠씩 "출장중"인 때가 많다.

이런 변화는 지방화시대를 앞두고 나타난 현상이다.

은행들은 지난해말부터 지방에 경쟁적으로 점포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14개시중은행이 올해 새로 낸 점포(출장소포함)
1백53개중 1백21개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위치하고 있을 정도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자치단체별로 생활권이 형성되고 그러다보면
돈의 지역내 순환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그래서 지방에 영업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

선발은행들의 지방점포확충전략은 "다점포확보"로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은행중 점포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을 보자.국민은행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신설한 점포5개를 경북상주 울진원자력발전소등 모두
지방에 냈다.

연말까지 신설예정인 점포 16개중 15개를 지방에 낼 예정이다.

이렇게되면 올연말 국민은행의 지방소재 영업점수는 2백78개로 서울
2백5개를 훨씬 웃돌게 된다.

기존 시중은행의 지방점포확대는 말그대로 저인망식이다.

상업은행과 외환은행은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지방에 각각 18개의
영업점을 개설했다.

이들 은행이 같은 기간 서울에 개설한 점포는 각각 4개와 1개에
불과했다.

제일은행도 서울에 1개의 출장소만을 신설한데 비해 지방에는 무려
16개의 점포를 신설했다.

후발은행들도 지방점포확충에 발벗고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신한 한미 동화 하나 보람 평화은행등은 지금까지 서울지역위주로
점포를 내온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높은 수신고를 올리고 흑자를 내기 위해선 서울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부터는 전국을 커버할수 있는 네트망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들어 12개의 점포를 지방에 냈다.

이에따라 지난달말현재 서울과 지방의 점포수는 94대 85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동화은행도 올해 개설한 점포 8개 전부를 지방에 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까지 광주 대전 대구에 점포를 낸데 이어 올해도
부산 창원등에 점포를 개설,전국 주요도시에 영업거점을 확보했다.

이같은 지방점포확대전략은 올해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지난5월말 1천3백36개로 서울지역점포 1천4백88개에 육박한
14개 시중은행의 지방점포는 올연말엔 서울보다 많아질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은행들의 지방공략움직임은 조직개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본점을 경량화하고 지방중심으로 다극화하는 작업이 거의 모든 은행에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게 지방영업본부의 권한강화.올해 서울 6개영업본부와 지방
5개 영업본부로 조직을 개편한 국민은행의 경우 영업본부장은
"지역은행장"으로 통한다.

단순히 40-50명의 점포장을 거느려서가 아니다.

인사 예산 여신승인권등이 은행장에 맞먹는다.

영업점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인사권은 영업본부장이 가지고 있다.

수시로 관할 영업점간 차장급이하 직원인사를 실시할수 있다.

조흥 상업 외환등 대형은행은 물론 한미 동화은행등도 마찬가지다.

한미은행의 지방본부장은 1백억원까지의 여신전결권을 갖고 있다.

지역사정을 가장 잘 아는 본부장이 알아서 모든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취지에서다.

지방고객을 대상으로한 서비스개발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지난달 부산에서 고객사은음악회를 개최한데 이어 광주 대전
대구 전주등에서도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또 광주에 개관한 "조흥문화관"처럼 지방거점도시에 문화관을 확충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제일은행도 각종 자동화코너를 지방도시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등
지역서비스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방화시대는 곧 분권화 다극화를 의미한다.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지방점포를 확충하고 조직을 다극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식이라면 지방영업본부장이 광역자치단체장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날도 멀지만은 않은것 같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