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은행장추천위원회가 예정되어 있는 장기신용은행의 새 은행장에
윤병철하나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장기신용은행은 최근 오세종전무가 은행장후보로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지난달 11일 행추위에서 은행장후보로 선출됐던
박창수장은증권사장이 다시 행장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됐었다.

그러나 박사장이 다시 행장후보로 선출되기위해서는 행추위규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과정에서 비상임이사진과 재정경제원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결국 제3인물의 영입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이 은행 행추위규칙에는 행장후보가 "이사회에서 승인거부될
경우 이사회는 "새로운" 후보의 재추천을 요구할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사회에서 승인거부된 후보는 다시 추천할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박사장이 다시 추천되기 위해서는 행추위규칙에서 "새로운"이란
단어를 빼야한다.

물론 행추위규칙 개정은 이사회 의결사항. 이에따라 오전무가 총대를
메고 "새로운"이란 단어를 빼기위해 이사들을 접촉했으나 일부 비상임
이사들이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재정경제원측에서 "게임도중에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을
공정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또 박사장이 다시 행장후보로 나서는 과정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많았다는 것도 "하나의 선례"가 될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측의 거부반응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3의 인물을 선택할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한 장은측은 정부의
낙하산인사를 막기위한 방법으로 이 은행출신인 윤행장에게 손짓을 하게
된 셈이다.

윤행장은 장은에서 상무까지 지낸뒤 지난 82년 한국투자금융전무로
자리를 옮겼었다.

윤행장은 한국투자금융이 91년 하나은행으로 전환되면서 하나은행의
초대행장을 맡아 그동안 수신고를 10조원이상으로 끌어올리는등
은행사상 신기원을 기록했다는 평가를 듣고있다.

윤행장은 이날 "장기신용은행측에서 공식적인 제의를 받지 못해
아직 뭐라고 말할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만약 공식적인 제의가
올경우 그쪽사정이 어떤지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장은으로 옮기지 않겠다"는 부정의 말은 없었다.

만약 윤행장이 거부의사를 밝힐 경우 장은측은 행추위가 열리는
5일까지 또다른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윤행장만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않을 것이란게 금융가의 얘기다.

< 육동인·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