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충북 진천부근 중부고속도로 상행선.4중추돌사고에 휘말린
이모씨는 자신이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며 보험사에 신고했다.

그는 현지에서 응급치료를 한 다음 집근처인 서울 목동 H병원에 입원
했으며 차량은 폐차를 할 예정이었다.

이사고를 맡게된 보험사 직원은 정비공장을 찾아갔다.

사고차량을 면밀하게 관찰한 그는 실제 충돌순간 앞에 탄 두 사람이
앞 유리창에 이마를 부딪치면서 구멍이 2개 나있었고 구멍주위에는
서로 길이가 다른 머리카락이 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전자석 유리구멍의 머리카락은 길었고 조수석쪽 머리카락은 짧은
편이었다.

또 운전대가 휘어져 있어 운전자는 가슴부위를 다쳤을 것으로 짐작했다.

조사를 마친 그는 입원중인 이씨를 면담했다.

이씨는 팔이 부러지고 얼굴과 머리를 다쳤으나 가슴부위는 깨끗했다.

머리도 짧은 상태였다.

보험사직원은 이씨에게 의문점이 많으니 사실대로 얘기해 달라고
당부했으나 가입자는 자신이 운전했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참다못한 보험사 직원이 증거물로 운전자석의 긴 머리카락을 보여주면서
의심나는 사항을 지적하니까 그제야 동서가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며
실토했다.

결국 이씨는 보험금 청구 포기서를 제출하고 말았다.

이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은 가입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만이 보험혜택을
받을수 있는 이른바 오너보험이었다.

따라서 가입자인 이씨의 동서가 운전하다 사고를 낸 케이스는 당연히
보험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또다른 사례하나.

지난93년 여름.한보험회사에 5천만원의 사망보험금지급청구서가
날아왔다.

계약자이며 피보험자인 40세 부인이 그해 7월23일 사망한 사고였다.

사망원인은 무당이 환자를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구타하다 죽었다는
것. 보험회사 직원은 서류를 살피던 중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했다.

청약서의 과거 병력란에 "위궤양 치료중"으로 기재돼 있고 사망사고가
가입후 불과 4일뒤라는 점 그리고 과연 무당이 사람을 죽일 정도로
구타하겠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보험사 직원은 곧바로 사고조사에 착수,사망자가 위암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편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펄쩍 뛰었으나 끈질긴 조사끝에 S병원에서
통원치료를 한 사실을 알아냈다.

확신이 선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줄수 없다고 면책을 통보했다.

그러나 5천만원의 보험금을 쉽게 포기할수 없는 남편은 보험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재조사에 나선 보험회사 직원은 마지막 카드가 떠올랐다.

바로 무당의 형사재판 결과가 그것이다.

당시 재판은 진행중에 있었으며 몇번의 재판을 거쳐 최종판결문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부검결과 위암 말기증상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후 죽은 그녀의 남편도 더이상 보험금 지급요청은 해오지 않았다.

보험사에는 이처럼 예리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갖고 사건을 추적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손해사정담당자들이다.

보험사의 수사반장이라고나 할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