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미국을 무대로 잇단 "공격 경영"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세계 5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업체인 미 맥스터사와 AT&T사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하는등 사업영역을 넓혀온 현대전자가
이번엔 미국 오리건주에 세계 최대규모의 메모리반도체 일관생산공장을
짓기로 확정한 것.

13억달러, 한국돈으로 1조원가까운 금액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국내기업의
해외투자사상 최대규모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미 컴퓨터회사인 AST사를
인수하는데 들인 3억7천8백만달러였다.

현대는 이같은 일련의 "미국해법"에 대해 "시장과 기술이 모여있는 동시에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경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T&T 비메모리사업부문을 인수한데 이어 대규모 메모리공장을 또다시
미국에 짓기로 함으로써 "미국의 첨단 반도체기술 업어타기 전술"을 분명히
하고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전자가 오리건주에 설립키로 한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차세대
D램제품인 64메가용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현재 4메가D램에서 16메가D램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 세계반도체시장이
오는 97, 98년께 64메가D램으로 주력무대를 바꿀 것이란 전망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다.

"적기에 투자해 적시에 제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뒤쳐지고 마는" 세계
반도체업체들간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의 이런 전략은 "한국"을 무대로 전개돼온 국내 반도체업체들간의
D램경쟁이 미국으로까지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D램분야 세계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도 미국에 대규모의 메모리반도체
일관생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다.

삼성의 경우 오리건 텍사스 콜로라도등을 마지막 후보지로 정하고 "최종
낙점"만을 남겨두고 있다.

공교롭게 현대전자가 "오리건 프로젝트"를 확정 발표한 23일 미오리건주에
체류중인 박웅서 삼성석유화학사장이 "삼성의 반도체 프로젝트도 조만간
뚜껑을 열 것이며 오리건주가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해
현지 언론의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다.

또 LG반도체도 단독 또는 합작으로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