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은행총재인 이형구 노동부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로 금융계가
다시 사정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지난 4월 봉종현 장기신용은행장이 구속된지 불과 한달여만에 벌어진
현직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로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장관은 봉 장기신용은행장의 구속을 몰고온 덕산그룹 부도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산사건과 관련됐던 금융기관들이 다시 수사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장관은 산업은행총재 재직중 특정기업체에 연리 6%의 시설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의 저리자금과 관련된 비리라는 점에서 다른 국책은행들에
대한 수사확대여부가 관심을끌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은 그동안 사정권 밖에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이 장관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가 이번 사안에만 국한되는
것인지,아니면 지자체 선거를 앞둔 금융계 사정의 신호탄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계에선 일단 새로운 사정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선 현직 장관에 대한 수사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을 들수 있다.

문민정부들어 검찰이 현직장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처음이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는게 김영삼대통령의 지시"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를분위기
쇄신을 겨냥한 "기획수사"로 볼수있다는 것이다.

선거를 전후해 흐트려진 기강을 금융권에 대한 사정을 통해 바로
잡겠다는 뜻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93년 2월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이후 은행장급으로는 모두
13명이 옷을 벗었다.

그러나 안영모 동화은행장과 봉종현 장기신용은행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현직에서 물러나는데 그쳤다.

이런 점에서 이장관의 사법처리방침은 새로운 사정의 시작으로 해석할수
있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금융계는 이장관의 수사를 사정차원으로 보는 근거로 최근들어
금융계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금융개혁이 미흡하다는 청와대의 지적도 그렇거니와 검찰이 금융계의
비리를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지난달 사정기관에서 은행감독원 직원까지 동원해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
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도 금융기관에 대한 사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장관의 경우 이미 여러차례 투서로 인해 조사를 받았다가
장관까지 임명된 현직장관을 사법처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금융계사정은
더 이상 없다"는 말은 믿을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부에선 금융계 전체에 대한 사정이라기 보다는 국책은행에
대한 구조적인 비리를 척결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반 시중은행보다 저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국책은행들에 대해
투서가 잇달았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대한 기획수사가 아니라 개별비리에 대한 사법처리과정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파장이 확산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금융계 전반으로 확산되든 국책은행에 국한되든지 금융계가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덕산사건이후 가뜩이나 얼어붙은 은행창구가 이번 사건으로 또 한차례
소용돌이에 휩싸일 경우 경제전반에 미치는 주름살또한 적지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이영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