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공권력투입으로 노조의 공식기구와는 별도의 ''분신대책위''
소속 핵심근로자들이 대부분 검거되고 노/사가 적극 사태수습에 나섬으로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권력을 통한 물리적 방법에 의해 사태가 봉합됨으로써 그렇다.

이번 사태로 회사측과 노동조합, 분신대책위측은 모두가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이에따라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도 단순히 미봉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제반
요인을 면밀히 분석, 보다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회사측은 엄청난 매출손실액 외에도 많은 부담을 안게 됐다.

회사측은 이번에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만을 대화파트너로
인정, 노조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때문에 2천여명에 이르는 분신대책위측 근로자들의 반감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따라서 비록 위원회가 불법조직이다 하더라도 이들의 소외감과 피해의식이
더욱 증폭될 경우 향후 조업정상화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노동관계자들은 "이들이 명백한 불법파업을 한 것이지만 고립감을 달래
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회사와 노조양측은 앞으로 수습과정에서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지 말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조합도 이번 사태가 노-노갈등으로 인한 요인도 있는 만큼 조합원들의
흩어진 정서를 추스릴 책임이 있다.

평소 자신들의 노선에 반대해 왔던 ''범민련'' ''현노신'' 계열 근로자들을
전체조합원이라는 큰 틀속에서 포용하는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 현노조는 올 8월로 예정된 제6대 노조위원장선거에 대해 무거운 부담
을 안게 됐다는 시각이다.

노조의 정순로 정책실장은 "그동안 노조로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방법이나 수단을 마련키 힘들었다"며 "앞으로 원만한 수습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분신대책위''측 근로자들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다.

지도부에 긴급구속영장이 신청됨에 따라 사업장내 ''세력''과 ''조직''이 와해
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명백한 불법파업은 그들의 명분과 입지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 불법파업이 현총련 등 재야노동권이 연대를 강화하려는
일환으로 촉발된 성격도 있는 만큼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공권력투입이 자칫 정부와 재야노동세력간 힘의 대결로 나타날 경우
연대파업 등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
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준비위측은 현대자동차 등에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6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산하노조의 공동파업시기를 앞당긴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울산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