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수신기전문업체인 대륭정밀은 최근 스위스채권시장을 통해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액은 2천3백만 스위스프랑.

오는 98년 만기인 이 자금으로 이 회사는 필리핀에 있는 현지공장의 설비
를 확충하고 독일 판매법인의 운전자금으로도 썼다.

이 회사가 발행한 해외증권은 국내업체에서는 최초로 제로쿠폰(무표면
금리)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케이스이다.

이처럼 중소기업들도 이제 자금조달방식을 국내에서 은행문턱을 넘지 못해
목놓아 기다리지 않고 해외에서 조달해 쓴다.

현지공장을 가진 업체들은 현지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다반사이며
해외증권발행도 서슴지 않는다.

대창공업도 지난해 룩셈부르크증권거래소를 에 전환사채를 상장했다.

이를 통해 1천5백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발행시장은 유로채권시장.

이 회사도 표면금리 0.125%로 중소기업으로서는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중소기업들은 역시 해외시장개척에 능한 기업들
이 대부분이다.

영원무역도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기업이라할 수 있다.

영원무역이 최근 발행한 해외전환사채는 1천5백만 스위스프랑.

삼익악기가 2회에 걸쳐 룩셈부르크증권거래소를 통해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유로채권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지면서 유럽피아노시장 개척에 큰
효과를 얻은 것도 앞서가는 자금조달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수출자유지역 영원무역의 현지공장 인근에 있는
퍼시픽유나이티드는 거의 대부분의 자금을 방글라데시의 금융기관에서
조달해 쓴다.

이 회사는 "한국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쓸려면 필요없고 형식적이기만
한 서류를 많이 내야하고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푸념한다.

이에 비해 해외금융기관의 경우 현지실사를 엄격하게 하는 대신 재무구조
보다는 사업성에 대한 점수를 높이 평가해 자금조달하기가 한결 쉽다는
것이다.

요즘 중국에 현지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조차 "상하이은행에서 돈을 대출
받는 것이 국내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편하다"는 말을 쉽게 털어놓는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평가를 받을 만큼 밖으로 뛰어나간데도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으로서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하면 대부분 만기가 15년에 이르는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유리한 자금으로 꼽히는 중소기업진흥기금의 대출기간
8년보다 훨씬 긴 것이다.

여기에다 금리도 낮은 편이며 기업의 대외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국제적
으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당연히 해외시장에서의 신용도도 높아진다.

간접금융을 활용하기보다 재무구조도 나아진다.

태일정밀도 이같은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 남보다 앞서 해외증권발행을
선택했다.

이 회사는 지난 93년 스위스채권시장에서 전환사채발행으로 3천6백만
스위스프랑의 자금을 조달했다.

태일은 만기 5년의 단기자금인데도 해외에서 조달한 경우다.

한국컴퓨터도 만기 5년의 전환사채 3천2백만원어치를 해외에서 발행했고
종합의류업체인 신원도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들과 함께 중소기업에 직접투자를 하는 밴처캐피틀사도 앞다퉈 해외에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일신창투는 일본의 이토추상사로부터 30억원규모의 자금을 끌어들였고
조선무역이 대주주인 한미창투는 싱가포르의 GIC로부터 1백억원규모를
투자토록 했다.

삼천리투자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창업투자조합결성에 아일랜드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자금조달도 이제 국내에서 해외로 치닫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