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7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감으로써 지난12일 현대자동차
해고자 분신사건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회사측이 이처럼 전면조업 중단사태가 발생하자 말자 전격적으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은 조합원대표인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전면파업이 아닌 전직 위원장을 구성된 별도단체인 분신대책위의
불법행위로 조업이 전면중단되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고단위 처방으로 보인다.

지난12일 해고자 양봉수씨(29)의 분신사건이 발생하자 실리노선을
주창한 현 노조집행부의 반대세력인 전임노조위원장들은 즉각 일명
분신대책위를 구성했다.

이들은 현집행부의 노선에 줄곳 반대해오다 양씨의 분신사건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현집행부에 대한 반격의 빌미로 삼고 조합원을
선동해 지난13일부터 불법파업을 주도해 왔다.

특히 오는8월로 예정된 6대 노조위원장 선거를 의식한 이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현집행부를 어용으로 매도하며 사태를 장기화할 의도로
이번 불법파업을 이끌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이번 사태는 양세력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전개되고 있어 의외로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인해 수출과 내수 호조로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위축으로 정부의 올해 전체적인 경제운용에도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87년 이후 분규를 거듭해오다 지난93년 8월 이영복노조위
원장이 들어서며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국내 노동계에 큰
파문을 던지며 그동안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해 왔다.

집행부 반대세력인 이상범(2대)씨등 전임노조위원장들은 양씨의
분신사건을 노조재집권의 최대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노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제2노총 출범을 앞두고 민주노총준비위원(민노준)등 재야노동단체들
이 이번 사태를 올 노동투쟁의 호기로 여기고 이를 전국에 확산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내 노동운동을 선도해 온 현대자동차의 실용주의 노동운동으로
제2노총 구성에 큰 부담을 느껴왔다.

게다가 올들어 "노사불이"를 외치며 노사화합 분위기가 전사업장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자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분신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전임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분신대책위가 구성되는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비노조세력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노선과는 전혀 달리 출범 후 줄곳 실리만을 추구하는
현집행부를 조합원의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초강경자세를 보이며
조합원의 뜻을 모으고 있다.

집회규모로 미루어 현재 3만여 조합원중 약4천여명이 분신대책위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분신사건을 세불리기로 이용,차기위원장 선거와 연계시킬
의도를 갖고 있는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집행부도 분신대책위의 이같은 의도를 갈파하고 17일 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 전노협등 재야세력의
철수를 요구하며 비공식단체인 분신대책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집행부는 3만여조합원 가운데 10%정도만 조업을 중단해도 전면파업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며 전면조업 중단을 전체조합원의 뜻으로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회사도 노조의 대책위이외에는 어떠한 비공식기구와는 이번 사태를
협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무튼 현대자동차 전면조업 중단이 실리의 현집행부의 차기집권과
그동안 분규를 주도해 온 세력간 세다툼으로 변질되고 있고 회사측의
무기한 휴업과 맞물려 사태해결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울산=김문권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