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 옵션제도란 창업초기등 경영이 안정 궤도에 오르지 못한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오너측에서 회사주식을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할당해
주고는 "능력껏" 회사를 발전시켜 그에 따른 주가차익을 챙기도록 하는
제도.

회사가 파탄 일보직전에 이르렀던 "컴퓨터 공룡 "IBM과" 자동차 메이저
"크라이슬러사"가 전문경영인으로 스카웃한 루 거스너와 아이아코카에게
대량의 스톡 옵션을 줌으로써 회사를 재기시킨 예도 있다.

예컨대 회사를 극적으로 기사회생시킨 아이아코카 전크라이슬러회장의
경우 재임당시 연간 스톡 옵션을 챙긴 소득이 연봉(1백74만달러)의
8배를 넘는 1천5백만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현대전자는 최근 MPEG(국제동화상표준)-2 디코더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오는 8월부터 경기도 이천공장에서 양산한다고 밝혔다.

이 칩은 시스템 오디오 비디오 데이터의 압축 재생기능을 한군데에
담은 "1당3"의 혁신적인 비메모리 반도체.세계 반도체업계의 후발주자인
현대전자가 한.미.일의 쟁쟁한 선발업체들을 제치고 이 칩을 먼저
개발한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건 다름아닌 미국 특유의 스톡 옵션제도를 활용해 실리콘 밸리로
모여들고 있는 첨단 기술자들을 "매집"한데 힘입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별도의 회사를 차려 이들에게 아예 일정한 지분을 미리 떼어주는
"기술+자본"합작방식의 변형스톡 옵션제도(벤처 캐피탈)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MPEG-2 칩을 개발해 낸 현대전자 아메리카(HEA)의 디지털 미디어
디비전(사업본부)이 그 대표적 예다.

반도체 전문가인 제임스 커크패트릭씨를 HEA부사장겸 본부장으로
한 이 디비전은 명색으론 HEA의 일개 사업본부로 돼있지만 실제로는
독립적인 회계계정으로 움직인다.

별도 회사나 마찬가지다.

현대는 지난 93년 6월 커크패트릭씨와 그가 거느리고 있는 기술스태프를
통째로 스카웃해 이 디비전을 만들었다.

이 디비전은 22개월여만에 MPEG2 칩을 개발해냈고 현대측은 커크패트릭
씨등에게 봉급이외에 지급키로 약속했던 별도의 두둑한 성과급을 챙겨줬다.

현대가 오는 11월부터 이천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 수 있게끔 개발된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제조기술도 마찬가지 경로를 통해
얻어진 산물이다.

MPEG-2 칩의 경우와 다른 점은 처음부터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현지
기술자들에게 일정 지분을 떼어주었다는 것이다.

합작회사는 샌호제이 근교 프리몬트시에 설립된 이미지 퀘스트
테크놀러지(IQT)사.자본금 1백만달러를 비롯한 투자금액 1천3백만달러는
전액 현대전자가 출자했지만 현대측의 지분은 80%로 하고 나머지
20%는 사장을 맡고있는 홈버그씨등 현지 기술자들에게 나누어줬다.

HEA 김대수영업부장은 "최첨단 TFT를 개발하는데 우리가 들인 1천3백만
달러는 경쟁사들이 투자한 돈에 비하면 거저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말한다.

현대는 이와함께 미국특유의 스톡옵션제도를 적극활용해 원하는
기술을 조기개발하기도 한다.

워크스테이션분야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부문 자회사인 액슬 마이크로
컴퓨터사와 맥스터사가 그 "실험무대"다.

현대는 최근 이들 회사의 경영자들에게 주식을 단 1~5달러에 배정했다.

동종업체의 평균 주가는 주당 13~20달러를 호가하고 있다고 한다.

"천재엔지니어"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이들 경영인에게 "주가차익 과
실"이라는 인센티브를 제시함으로써 최대한의 "분발"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대의 "실리콘밸리 기술자 활용하기"는 지난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워크스테이션용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전문업체인 메타플로사를
캘리포니아 남단 샌디에이고시에 설립한 것.김영환 HEA대표이사는 "스탠포
드대 출신의 헝가리계 밸포펙슈박사가 실리콘밸리의 학술논문지에 기고한
논문을 보고는 사업화를 결심했다"며 "1백65만달러를 들여 시작한 이 사업
체가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젠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의 효
자기업이 됐다"고 말한다.

현대전자의 이같은 신기술 사업화방식은 삼성 LG등 국내 선발업체들은
거의 택하지 않는 독특한 형태다.

그런만큼 투자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첨단제품인 옵티컬 디스크 드라이브를 개발키위해 "실리콘"의 기술자들과
합작 설립한 레이저바이트사는 현대측이 "실패사례"로 꼽는 경우다.

제품을 개발하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수요자들을 충분히 찾지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모험적인 기술개발 방식을 택하고있는 만큼 "감수할
만한 수업료"라는게 현대측 설명(신동수 HEA선임부사장.본사이사)이다.

신이사는 "미국에선 인문사회계 출신의 엘리트들은 뉴욕 월 스트릿에,자
연계 출신 천재들은 샌호제이의 실리콘밸리로 각각 한탕씩을 노리고 몰려
든다는 조크가 있을 정도로 잠재력있는 우수 기술자들이 일대에 널려있다"
며 "이같은 환경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첨단기술의 지평을 열어간다는게 현
대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 샌호제이(미캘리포니아주)=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