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이번 인사 특징은 정기인사시기도 아닌 때 단행된 것과
한직에 밀려났던 인물들이 대거 재등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소병해 전임 비서실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등장한 점이
주목을 끌고 역시 비서실장 출신인 이수빈 금융소그룹장도 그룹의
주력기업이며 국내 최대의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장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소병해 신임 삼성신용카드부회장은 70년대말부터 이건희회장 체제가
출범한 88년까지 10년간 고 이병철회장밑에서 그룹을 총괄지휘해온
장수 비서실장.그러나 88년부터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법인에 적만
달아놓았었을뿐 그룹일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있었다.

지난93년 그룹에 복귀는 했으나 삼성신용카드의 상담역으로 실질적인
업무를 맡지 않아 왔다.

재계가 이번 인사의 핵심을 "소실장 계열"의 회생으로 보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이수빈회장 93년 신경영체제 출범과 함께 현명관 현비서실장에게
"그룹 살림 총괄"의 바톤을 넘겨준 인물이다.

이회장이 삼성생명 대표이사회장으로 복귀한 것은 금융소그룹을
맡으면서 소그룹 최대기업인 삼성생명을 맡아 소그룹장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삼성증권회장으로서는 소그룹 전체 관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박경팔삼성전자부사장은 과거 삼성전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멕시코 복합화단지 개발을
맡는데 적격이어서 다시 경영일선에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박부사장은 해외현지에서의 전략수립과 경영 결정권을 갖게 된다.

임동승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의 삼성증권 대표이사사장 선임과 이희준
비서실장 보좌역의 제일기획 영업부문부사장 복귀는 그동안 승용차사업
진출등 그룹현안에 대해 노력한 "보답"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재계에 팽배돼 있는 반삼성기류와 대정부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원로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건희회장은 26일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직후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