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6일 부산 승용차공장 기공식을 갖고 승용차사업 대장정을 공식
시작했다.

작년4월 삼성이 일본 닛산과의 승용차기술 도입계약을 전격 발표한지 꼭
1년만의 일이다.

"삼성차"는 그러나 지난 1년여의 준비기간보다 앞으로가 더 넘고 건너야
할 산과 골이 많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 승용차사업의 준비상황과 현주소를 시리즈로 점검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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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사업은 단지 그룹이익만을 위해서 하려는게 아니다. 21세기 한국
산업을 이끌어 간다는 임무를 띠고 진출키로 한 것인만큼 그룹의 전임원은
이 사업을 성공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이건희삼성회장.4월초 서울
호텔신라 그룹임원연찬회)

신생 삼성자동차의 부산 신호공단내 공장기공식이 열린 26일, 삼성그룹은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전계열사들에 대한 그룹경영설명회를 서울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열었다.

물산.전자.전기.전관.생명등 간판 계열사들의 사업현황과 중장기 경영전략
등을 투자분석가들에게 브리핑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는 삼성자동차에 기존 계열사들이 어떤 지원책을
내놓느냐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질문과 삼성측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삼성연합군의 자동차사업 전략과 전술"에 대한
청문회였다고나 할까.

삼성그룹 각사는 이날 경영설명회에서 "막내둥이 동생"에 대한 장성한
"형"으로서의 각종 십시일반계획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2천억원의 증자금액중 8백억원을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삼성자동차를 위한 부품사업에 팔을 걷어붙일 것임을 공개적
으로 선언했다.

"자동차부품의 사업주체"를 자임하고는 제동장치 엔진전장 전자제어등
8개군 29개품목을 생산할 계획임을 공표했다.

삼성물산은 자동차의 국내판매및 수출을 담당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자동차 판매권확보는 장기적으로 물산의 수익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친절한 해설까지 덧붙였다.

그러니까 이날의 경영설명회는 삼성연합군의 "자동차지원 총력전"에 대한
첫 공개설명회이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생 자동차에 대한 지원작전은
이미 폭과 깊이를 갖고 착실히 추진돼 온게 사실이다.

삼성차지원단의 선두척후병은 삼성전기다.

이 회사는 올초 일찌감치 본사내에 AP(자동차부품)팀을 조직했다.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파워스티어링 브레이크등 핵심적인 자동차부품을
자체 생산한다는 그랜드 플랜과 함께.

이를 위해 일본 닛산계열의 칼소닉 유니시아 잭스등 부품업체들과의 기술
제휴나 합작을 위한 상담이 깊이있게 진행중인 상태다.

부산 녹산공단내에 그룹이 조성중인 16만4천평의 부지가운데 7만5천평을
활용키로 하는 입지계획도 확정돼 있다.

삼성종합화학은 범퍼용 재료와 연료탱크등의 생산을 돕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금지원"외에 에어백등 전장부문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마련해둔 상태다.

제일모직은 시트류를 생산해 막내둥이를 거든다는 방침이다.

물산.생명.위너스카드등 서비스관련 계열사들은 영업분야에서의 울타리
치기를 서둘고 있다.

삼성물산은 자동차팀을 올초 발족시키고는 오는 97년말까지 서울 부산
대구 광주등 8대도시에 직영점을 설치한다는 1차 판매지원계획을 확정했다.

그밖의 중소도시에는 딜러제를 도입키로 했다.

판매확대를 위한 정비사업(A/S)도 물산이 챙기기로 역할을 확보했다.

전국 주요도시에 자동차정비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그 첫 액션으로 서울
장안평내의 유력 정비업체인 S사를 인수한다는 프로젝트가 마무리상태에
있다.

퇴직임원들과 기존 업계종사자들을 모집해 정비사업에 투입키로 하고 교육
훈련에 나서기로 했다.

물산은 수출에 대한 지원계획도 따로 마련했다.

해외 80여개국 지점의 판매망을 활용해 바이어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것.

국내판매에선 삼성생명도 한몫을 거들기로 했다.

전시장판매와 영업소개설은 이 회사가 맡기로 한 것.

삼성위너스카드는 할부금융으로 자동차판매확대를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 각사의 자동차사업에 대한 지원은 입체적이고도 치밀하게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의 이같은 자동차관련사업 진출은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을 "합법적으로" 피해가며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속내용이야 어찌됐건 외형과 명분상으로는 자사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출자총액한도라는 제도에 구멍이 뚫린 셈"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21세기 비전"을 향한 삼성연합군의 자동차대공세는 시작됐다.

그 첫 신호탄은 오는 6월초로 잡혀있는 삼성계열사 자동차지원 관련부서들
의 집단적인 서울 강남 글라스타워 입주로 쏘아올려질 전망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