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3시.김포공항 화물청사에 시위진압용 전투경찰차의 모습을
한 중무장차량이 나타났다.

이 차에서 내린 건장한 청년 4명이 경계의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며
급히 보세창고로 달려간다" 요즘 김포공항화물청사에선 이같은 광경이
일주일에 서너차례씩 벌어진다.

금괴운송업체인 B사가 5백kg의 호주산 순금을 서울시내 보관창고로
옮기는 장면이다.

꼭 같은 시간대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이유는 간단한다.

단골로 금괴를 수송하는 홍콩의 케세이퍼시픽항공(CS)비행기가 이시간에
김포에 도착해서다.

1백kg 금괴(10억원 상당)를 김포세관 보세창고에 하룻밤 보관하는데
보관료만도 1백만원에 달해 도착과 즉시 찾아가는 것. 최근들어 국내
종합무역상사에선 이같은 금괴수입.판매사업이 유행하고 있다.

종합무역상사의 한국판 골드러시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종합상사들의 금수입은 0.1%의 마진을 챙기는등
외형을 쉽게 늘릴수 있는 내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는 1-3월중에 2억달러(16t)어치의 호주산 금괴를 사들여 다소의
국제시장 시세차익을 남기고 전량을 싱가포르와 홍콩등지에 수출했다.

별도의 "귀금속부서"(비철금속2부 1과)를 설치했을 정도이다.

올 1.4분기중 (주)대우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0.7%가
증가한것은 "서울본사를 거친 금의 제3국간 거래"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다고 대우그룹관계자는 밝혔다.

(주)대우의 오태환비철금속2부과장은 "금을 수입했다가 단기간에
홍콩 싱가포르등지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금년중 5억-6억달러어치의
금을 중개거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선경도 은행을 통한 금판매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위스은행으로부터 금을 수입해 한국외환은행창구를
통해 시판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주로 취급하는 금의 공급창구는 호주와 북한 남아공등이다.

이중 80% 이상이 호주산이다.

세계적인 금생산국가인 남아공의 금을 수입할 경우 운송비가 많이
드는데다 운송기간까지 10-15일씩 걸린다.

돈을 먼저 송금하고 주문물품을 일정기간후에 받는 금의 거래관행을
감안할때 운송지연은 곧 "이자손실"을 의미한다.

수천만달러 내지 1억달러 이상의 금값을 치른뒤 1주일후에 금이
도착하면 금거래에 따른 기회손실과 이자손실이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간매출액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호주산 금만 확보하면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받을수 있다는 애기다.

그러나 요즘 금사업에 손댄 종합무역상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잇따라 금괴수입에 나서자 호주의 주요 금메이저들이
"튕기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때문이다.

예전에는 국내 금수입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금의 제련공장등을
견학시켜주던 호주의 금메이저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값을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금시장 규모는 집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추정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나마 연간 1백t에서 2백t까지 들쭉날쭉해 신빙성이 전혀 없다.

세계적인 금광업자단체인 세계금평의회(WGC)는 한국의 연간 금소비량을
90t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도매업자들은 1백80-2백t(2조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밀수로 들어온 금의 유통량을 아무도 가늠하지 못하기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현재 국내 금값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런던귀금속연합회(LBMA) 고시
가격보다 11-13%가 비싸다.

금을 수입할때 3%의 관세가 부과되고 판매시 다시 10%의 부가세가
추가된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