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귀추가 주목되던 유원건설의 어음이
결국 부도처리됐다.

이로써 덕산그룹의 부도사태에 따른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관련 업계및 금융기관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르게 되었다.

기업은 국민경제에서 생산및 공급을 전담하는 조직으로서 소비자
종업원 주주 거래기업 금융기관등 다양한 집단 또는 계층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어느 기업이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부도를 내면 관련된 이해집단들.나
아가 국민경제 전체에 연쇄적인 충격과 피해를 입히기 쉽다.

그러므로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위해서는 기업도산의 예방및 효율적인
사후처리가 중요한데 이번 유원건설의 부도처리에서는 다음 몇가지
점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질 때까지 주거래은행이 어떤 예방조치를
했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담보가 588억원에 불과한데도 4,318억원이나 대출해준 제일은행은
주거래은행으로서 유원건설의 경영을 철저히 감시 (monitoring)
해야 함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다면 유원건설의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지난 93년부터 지금까지 최소한 2~3년동안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수 밖에 없다.

다음에는 주거래은행이나 노조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유원건설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영권 또는 제3자 인수조건을 놓고 주거래은행과 마찰이 있었다는
소문도 있지만 경영부실의 일차적인 책임자이자 사후 처리마저 꼬이게
한 책임을 면할수 없다.

마지막으로 부실기업의 사후처리에 대한기준및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정부가 부실기업의 인수.정리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특혜와 정경유착의 의혹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80년대 전반에 있었던 해운및 건설업계의 부실 기업정리를
들수 있다.

시장자율과 공개행정을 강조해온 문민정부도 (주)한양과 충북투금의
경우 사회.경제적인 파장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아래 개입을 계속했으나
이번 유원부도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의 개입은 말아야 하겠다.

부실기업정리에 따른 기왕의 부담 외에도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부실위험의 지뢰밭을 정면돌파하지 않고는 우리경제의 체질개선과
건실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예금보험제도의 도입,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확대,법정관리승인기준
의 강화,하도급 거래질서의 정비등 관련제도를 개선하여 기업도산파문을
최소화해야 하겠다.

아울러 관련 금융기관의 철저한 사전관리,안정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유지,금융비리및 정경유착의 근절 등을 통해 가능한한 기업도산을
예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법정관리가 승인되면 일체의 채무변제가 동결되는데 비해
기업주의 경영권은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과거의 사례를
거울삼아 부실경영의 책임과 기업의 회생가능성을 보다 엄격히 물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