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우리 옛속담이 있으나 보증의
역사는 꽤 오래 거슬어 올라가야 할 것 같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유다는 그의 아버지에게 그의 형 벤자민의
보증인이 되다"는 문구가 나오는 것을 봐도 잘 알수 있다.

현재 가장 오래된 보증계약은 BC2750년 페르시아인과 앗시리아인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의 기록이 살곤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또 함무라비법전에도 신원보증에 관해 나와 있으며 AD150년경 로마는
보증인에 대한 법률을 잘 다듬어 놓았다고 한다.

세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도 사실상 보증계약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수 있다.

우리나라의 보증제도에 관한 역사자료는 해동역사에서부터 비롯된다.

해동역사 기씨조선 풍속기중에 "차여무관대(차여무관대)-임차관계에는
너그럽게 용서함이 없다"라는 문구가 나와 그당시에도 임차거래에
따른 보증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

그이후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증제도가 각종
문헌에서 발견되고 있다.

조선초기에는 인질 동산질 부동산질과 가족이 연대 책임을 지는
족징제도와 더불어 이웃까지 책임을 지는 인징제도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있어 현대적인 보증제도가 선보인 것은 병자수호조약에
따른 개항이후 일본 제일은행이 부산지점을 낸 1878년 6월.

당시 그은행은 부수업무로 보증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를 우리나라
기업보증의 효시로 간주하고 있다.

당시 어떤 실적을 거두었는지 확실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그후 1932년 12월 세워진 조선신탁주식회사에서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채무의 보증업무를 취급했다.

보증업무를 함에 있어 보험의 형식을 택한 것이 바로 보증보험이다.

손해보험분야에서 특종보험에 속하는 이보증보험이 과연 보험인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보험회사에 의해 영위되고 보험업법의 규제를 받는다고 보험계약법상의
보험이라고 볼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험과 보증보험은 몇가지 점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통상 보험의 계약 당자사는 피보험자와 보험사업자 둘이다.

이에반해 보증보험의 계약상대자는 기본적으로 세사람이다.

보증보험의 대상이 되는 채무자가 있고 보상을 청구하는 채권자가
있으며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증인(보증보험사)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에서 보증보험에는 이른바 "구상"이란게 있다.

채무자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보증인은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에게
이에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준다.

보증인은 미리 물어준 돈을 채무자에게 다시 받아내는데 이를 구상
이라고 한다.

보험에선 있을수 없는 일이다.

보험사가 아무리 큰 돈을 물어줬다해도 가입자에게 다시 받아낼순
없는 노릇이다.

기껏해야 다음 번 계약때 보험료를 올려받는게 고작이다.

보증보험은 보험의 원리인 대수의 법칙을 적용하기 어렵다.

경기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손해율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일반보험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쨋든 보증보험의 분야가 개인의 신원보증에부터 건설공사 납품
용역계약에 필수적으로 뒤따르고 최근 상품권보증 쓰레기봉투판매상에
대한 이행보증까지 넓어지는등 우리생활 깊숙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