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처리 패턴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개입을 않는다는 점이다.

재정경제원은 유원건설이 부도가 나더라도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확인 했다.

부도를 낼지와 법정관리에 동의하느냐 여부를 주거래은행의 독자적
판단에 일임하는 자세다.

다만 국민경제 차원에서 하청업체의 연쇄부도방지와 아파트입주자를
위한 간접지원은 마련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영섭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은 "부실기업에 대한 직접지원은
지난해 합리화업체로 지정한 한양이 마지막이라는게 정부의 대국민약속"이라
고 밝혔다.

따라서 "합리화지정이나 구제금융지원등은 절대 있을수 없고 파급영향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있다"고만 말했다.

이석채차관도 "원칙적으로 부도가 나더라도 법정관리를 통해 제3자인수가
가능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다"고 확고한 정부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관계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과거 5,6공시절과 심지어 문민정부 들어와서도 한양의 경우처럼
정부가 부실기업의 회생여부를 결정하고 인수자도 직접 "지목"했던
선례를 감안하면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부실기업정리에 직접 개입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은
"개입을 안하겠다"는 당위론보다는 "개입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에서
나온것으로 해석할수 있다.

정부가 개입할 경우 그책임을 다시 정부가 져야하는데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않고 마땅한 수단도 없어서다.

자율과 경쟁을 외치면서 구제금융이나 세금감면을 해줄수는 없지않냐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나중에 빚어질 책임을 우려,발을 빼는게 아니라 부실기업정리의
틀을 "자율"로 잡아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해달라는게 재경원의 주문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지난달 덕산그룹에 대한 사후처리때도 적용됐었다.

직접적인 지원은 하지않았다.

연쇄부도를 막기위해 광주지역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아파트입주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공사이행보증을 한 업체가 대신 아파트를 계속 짓도록
하는 "간접지원"의 선을 넘지 않았었다.

어찌보면 "원칙"의 정립으로 이해할수 있지만 앞으로 부실기업이
생기면 그 혼란과 파장이 상당히 커질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사자끼리 해결하다보면 이번 같이 은행과 기업이 제각각 움직일
것이고 처리기간도 길어 질수밖에 없어 인수업체 결정도 난산을
겪에 될게 뻔하다.

그만큼 어려워 진다는 얘기다.

물론 정치적 변수는 있을수 있다.

이번의 경우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어서 관련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초래하는 대기업의 부도를 과연 감내할수 있겠느냐는
대목이다.

결국 이같은 변화에 맞추어 은행은 고객을 제대로 선별하고 기업은
자립을 체질화하도록 변신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