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발생한 덕산그룹의 부도파문은 13일 봉종현장기신용은행장(57)
이 전격구속되는등 금융기관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가 발표됨으로
써 두달여만에 마무리됐다.

결국 이번 덕산사건도 82년의 이철희.장영자사건,83년의 영동개발사건,
94년의 실명제위반사건과 마찬가지로 은행장이 불명예퇴진하는 전철을 밟
았다.

대형사건뒤에는 은행장이 있다는 속설이 또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날 검찰발표에 드러난 관련금융기관은 장기신용은행 대신투자자문,충북
투자금융등과 비위사실이 비교적 경미한 일부 종금사 투금사등 제1,2금융기
관이 골고루 포함돼있다.

장기신용은행에서는 봉행장을 비롯,하태욱강남역지점장등 2명이 구속되
는 오명을 남겼으며 대신투자자문에서는 김성진사장이 구속됐다.

충북투금에서는 전응규전회장,우태규상무가 구속됐으며 신만인전사장,김홍
권전상무이 불구속,박춘옥전사장이 수배되는등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타격
을 입었다.

결국 이번 사건과 관련,금융기관들이 무더기로 연루됨으로써 금융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감이 높아지게 됐다.

검찰의 금융기관 수사는 시중은행에 촛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우선 자금난에 허덕였던 덕산이 돈을 대출받으면서 금융기관에 그
대가로 커미션을 줬을 가능성에 수사의 비중을 두었다.

그동안의 수사관례상 시중은행장을 대어로 낚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
대를 했다.

그러나 덕산이 주거래은행없이 주로 제2금융권에서 어음을 할인받는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끌어써온 탓에 시중은행에 대한 초기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

투금사 종금사의 일부 임직원이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은 밝혀냈으
나 사건규모에 걸맞는 시중은행의 임직원 관련부분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4월6일 검찰은 덕산그룹에서 압수한 경리장부에서 봉종현장기신용은행장
이 장기시설자금으로 2백4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4천5백만원의 대출커미션을
수수한 혐의를 찾아냈다.

검찰은 한때 봉행장의 수수액수가 비교적 적어 구속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
으나 덕산부도사건이 끼친 피해가 워낙 커 최종단계에서 구속방침을굳힌 것
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봉행장외에도 다른 시중은행과 투금사 종금사의 임직원등도 덕
산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으나 수수액이 적어 해당기관에 비
위사실을 통보,사표를 받도록 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었다.

아무튼 이번 수사로 금융기관의 대출커미션 수수비리가 다시 한번 적나라
하게 드러남으로써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면할 수 없게 됐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