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80엔선으로 급등하면서 외환시장의 관심은 14일 발표될
일본정부의 엔고대책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자발적으로 무역흑자 삭감에 관한 수치목표를 설정하느냐
여부가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자민당은 9일 엔화 급등및 주가 급락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정부가 무역흑자 삭감에 관한 수치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일본 국내외에서 일본이 무역흑자를 줄이지 않는한 엔화
강세가 멎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는 수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여당내에서 구체적으로 수치목표설정문제가 거론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오전 엔화가 80엔대로 급등한 직후 정부대변인인 이가라시
고조(오십람광삼)관방장관은 "연립여당과 정부가 무역흑자 감축
수치목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날 정오에 열린 당정회의후 고무라 마사히코(고촌정언)경제기획청
장관은 "수치목표 설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일본의 무역흑자는 94년의 경우 1천2백억달러에 달했다.

일본내에서 이 를 줄이기 위해 아예 수치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그동안 자동차부문 무역흑자 삭감에 관한 수치목표를 설정하라는
미국정부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해왔다.

무역흑자 삭감목표를 설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엔화가
달러에 대해 하루에 3엔 이상 치솟는 지금으로서는 충격적인 대책이
아니고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무역흑자를 줄이지 않고는 끊임없이 통상마찰에 시달려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점도 일본인들을 변화시킨 요인이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은행의 재할인금리 인하가 엔화 급등과 주가
급락을 저지할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일본 산업계와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일본은행에 재할인율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마쓰시타 야스오(송하강웅) 일본은행총재는 10일 당정회의에서도
강한 압력을 받았다.

고무라장관은 14일 발표될 엔고대책에 재할인율 인하가 포함될
것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신문들이 예상한대로 일본은행이 금주중 1.7 5%(전후최저)인
재할인율을 인하할 가능성은 높다.

인하폭은 최대 0.7 5%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대책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엔화가 바닥을 모르고
급락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

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대장상은 일본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엔고대책에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재정.금융정책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일시에 장세를 바꿔놓으려
하고 있다.

일본 당.정 고위인사들이 밝힌 대책들은 규제완화,추경예산 조기편성,증권
거래세 일시 폐지,공공투자계획 조기 집행 등 종래 거론됐던 조치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무라장관은 "구조전환"등 "새로운 대책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조전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의 엔고대책은 그 내용이 기대에 크게 미흡하지 않는한
엔화 급등세를 멈출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무역흑자 삭감을 위한 수치목표가 포함될 경우엔 외환시장
상황이 급반전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일본정부가 수치목표 설정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사용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의 엔고대책이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면 미국정부가 동시에
달러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다케무라 대장상은 당정회의후 "미국정부도 달러 부양을 위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이 달러대책을 내놓을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