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후지쓰사와 크로스 라이선스에 합의한 것은 "경쟁속
협력의 공존체제"구축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일단 서로 필요한 상대방의 기술을 공유하기로는 했지만 그에
따른 "성과물"은 공동소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기술을 이용한 또다른 기술개발이나 제품생산등은 각각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경쟁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이번 크로스 라이선스와 관련해 "협력"보다는 "경쟁"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세계 TFT-LCD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골리앗 일본업체"들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로 후지쓰의 광시야각기술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올2월부터 겨우 "TFT"양산에 들어간 후발주자 삼성이 개구률
부문에서 이미 일본업체들을 "한수"지도할만큼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삼성은 이같은 기술력을 지렛대삼아 타분야 기술을 흡수해 "대일본기업추월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삼성이 이번 기술 교환으로 기대하는 성과는 두가지.

하나는 제품경쟁력의 향상이다.

후지쓰의 광시야각 기술 도입으로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TFT-LCD의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은 TFT-LCD의 단점인 어두운 화면을 환하게 만드는 개구률향상에
성공했지만 이제품의 또다른 단점해결에 고심해 왔다.

현 제품으론 정면에서 보지않을 경우 영상을 제대로 볼수 없어서다.

이같은 단점을 후지쓰의 광시야각 기술이용으로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일반 제품은 시야각도가 60도 이상 벌어지면 정상적인 화면을 보기
어려운데 비해 후지쓰의 시야각도는 80도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경쟁력 제고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특허문제 해결이다.

TFT-LCD분야의 기본특허는 거의 일본업체들이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후발업체인 삼성은 신기술을 개발할수록 잦은 특허침해시비에
오를수 밖에 없게끔 돼 있다.

하지만 핵심기술인 광시야각기술을 확보해 자연스럽게 이 분야 특허분쟁의
소지를 막아버린 것.

"이번 크로스 라이선스로 일본 업체들의 특허공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삼성전자 특수사업부 안현승과장)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번 기술교환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는 볼수 없다.

일본업체의 70%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장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난제중
하나다.

또 수율증가를 위한 양산기술개발도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측 설명이다.

그 무기는 반도체기술이다.

TFT-LCD업체는 대부분 반도체 생산기업이다.

"우수한 반도체 기술을 활용할 경우 TFT-LCD기술 확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안과장)는 것.

물론 현재로서 삼성의 "크로스 라이선스 카드"가 성공할지여부를 당장
속단키는 어렵다.

그러나 "대일추월"의 계기를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그 여파는 다른 국내기업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것 같다.

지난2월 양산을 시작한 삼성에 이어 LG와 현대도 각각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TFT-LCD 양산체제를 가동해 이 대열에 합류한다.

이들 3사의 투자규모는 오는 97년까지 2조원에 육박한다.

국내업체들이 세계 시장점유율 90%의 아성을 갖고 있는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제 2의 D램 신화"를 만들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 조주현기자 >

*** 개구율/시야각이란 ***

개구율이란 한마디로 화면을 어느정도 밝게 할 수 있느냐를 말한다.

기술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액정의 빛 투과율이다.

TFT-LCD는 두장의 유리기판 사이에 들어간 액정이라는 물질이 화상을
전달하도록 구성돼 있다.

액정은 작은 화소로 구성되며 각 화소가 영상정보를 굴절시켜 종합적인
화면을 만든다.

이때 액정이 빛을 제대로 투과하지 못하면 영상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다.

화면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이래서 높은 개구율은 TFT-LCD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에 비해 시야각이란 정상적인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청각도를 말한다.

TFT-LCD는 조금만 옆으로 비켜서 보거나 위에서 내려다 봐도 화면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이 TFT-LCD가 아직 TV등에 이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TFT-LCD의 시야각이 크다는 것은 화면을 볼수 있는 각도가 넓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