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할 것이 있으면 그룹총수에게로 집적 전달하라" 사원들이 회사경영에
대한 의견이나 불만사항을 사내통신망을 통해 그룹총수에게 바로 전달하는
"회장 직소"제도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있다.

최고경영자가 사무실이나 생산현장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접수함으로써
얻는 경영혁신효과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지난90년 회장직소제도를 도입한이래 삼성 대우 선경 금호 동양
한화 미원그룹등으로 직소제가 확산돼왔다.

최근에는 금융계에서도 일선 창구에서 근무하는 현장감있는 목소리를 최고경
영자에게 전달하는 직소제도가 유행하고 있을 정도이다.

두산그룹이 도입한 회장직소제는 크게 "신문고"와 "쪽지통"으로 구분된다.

신문고를 통해서는 경영전반에 대해 개선할 점을 지적하고 쪽지통은 간단한
정보사항등을 알릴때 활용된다.

전달방법은 사내 컴퓨터통신망. 금호그룹도 컴퓨터통신망을 통한 직소제도가
활성화된 그룹중의 하나이다.

이 그룹의 컴퓨터시스템인 "텔레피아"는 사원들이 자신의 고유 패스워드를
통해 그룹총수인 박성용회장의 방배동 자택 컴퓨터로까지 들어갈수 있다.

금호그룹의 사원들은 자신의 생일에는 회장에게 1가지 이상 직소할
의무를 지고있다.

박회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현장과 최고경영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핫
라인을 개설해 놓고있다.

회장 비서실 소속 신경영사무국이 "토픽스"를 통해 올라오는 제안들을
모아 회장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이건희회장의 지시에따라 직소된 내용은 3일안에 처리결과 또는
계획을 직소자에게 통보하고있다.

선경그룹은 "케이콤스"라는 사내 컴퓨터통신망을 활용해 최종현회장과
각 계열회사의 임직원이 연결돼있다.

미원그룹은 금년부터 회장및 계열회사사장과 사원을 연결하는 직소라인이
설치됐고 한화그룹은 이번달에 "한빛"이라는 직소제도를 막 도입했다.

금융계에서는 외환은행 서울신탁은행 한일은행 장기신용은행등
주로 은행들이 "은행장직소제"를 운영하며 경영쇄신을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직소제로 회사운영방식이 달라지거나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금호그룹이 "금연그룹"이 된 것도 한 사원이 동료의 담배연기에
시달리다 그룹회장과 연결된 핫 라인을 돌린게 계기로 작용했다.

이와비슷한 경우로 대우그룹에서는 모연구원이 담배연기로인해 퇴사까지
결심하게되자 직소제가 가동돼 그 사무실이 금연실로 지정됐다는
것. 두산그룹이 남녀평등인사제도를 도입하고 회사시설을 예식장으로
빌려주게 된 것도 직소제의 산물이다.

삼성의 사회봉사단 제안도 직소제에서 나왔으며 동양그룹의 경우엔
직원들의 호소로 회사경영진이 나서서 영등포구청과 협의,여의도
증권사옥앞 도로에 횡단보도를 만들기까지 하는등 직소제도의 위력은
대단하다.

직소제도는 또 회사의 금전비리등을 일소하는데도 큰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