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들이 평생동안 떨쳐 버리지 못하는 꿈이
하나 있다.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할수 있고 각종 응용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운영체제 프로그램은 만들기는 어렵지만 일단 개발한 뒤에 얻는
성취감과 그 파급효과는 다른 어떤 소프트웨어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크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운영체제 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이 그동안 간간이
이뤄져왔다.

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했던 "K-DOS"를 비롯해 서울대 연구진이
만들어낸 "SNU-DOS"등이 PC의 기본 운영체제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세상에 선을 보였다.

한국데이타베이스등은 윈도즈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그림사용자
지원방식의 운영체제 프로그램인 "마당"등을 개발했다.

이들은 "남의 운영체제프로그램을 빌려 쓰는 한 영원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술적인 종속을 벗어나지 못할것"임을 지적한다.

반면 많은 전문가들은 국제화 시대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독립운동
하듯이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최근 발표된 한글과컴퓨터사의 윈도즈용 "아래아 한글 3.0"이 기능
미비와 몇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사용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있다.

한글과컴퓨터사는 윈도즈용 워드프로세서를 만들면서 기본적으로
윈도즈로부터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윈도즈에서만큼은 무조건 미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쫓아 가지는 않겠다는
자존심과 함께 아래아한글이 모든 업무처리에 있어 하나의 표준이 될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뒤섞인 결과다.

이에따라 각종 주변기기제어등 시스템 관리에서 윈도즈와는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채택했으며 그 결과 상당부분 윈도즈에 길들여진
사용자들을 어색하게 만들고 있다.

아래아 한글 3.0은 현재 우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고민과 홀로서기
위한 노력을 반영한 결과이며 그런 까닭에 사용자들의 애정어린 격려와
인내가 필요하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