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 대우등 자동차 5사가 부품공용화에 최근 전격 합의함으로써
국내 자동차 산업은 또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천여개의 자동차 부품을 회사별 모델별로 제각각 만들던 것을 이제
부터는 같은 모델을 사용키로해 원가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기대할수 있게 되
어서다.

물론 아직은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완성차 5사와 주요 부품업체 대표가 참여한 "부품공용화 추진협의회"에서
지난 21일 합의한 공용화 대상품목은 오일필터 파워안테나 전구류 담배라이
터 공구등 일단 5개이다.

전체 자동차 부품의 1%도 안되는 수량이다.

그러나 부품공용화에 대한 이번 합의는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부품 독자설계 능력을 향상시킬수 있게 됐다.

완성차 5사와 부품업체가 함께 공용 모델을 개발해야 하기때문에 공동 연구
개발(R&D)투자가 가능해졌다.

이에따라 투자효과가 배가돼 부품의 독자모델 개발이 촉진될 전망이다.

소위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가 고유모델을 공동개발하는 "게스트
인 엔지니어링"이 본격 실현되는 얘기다.

현재 국산 자동차의 부품은 대부분 일본이나 독일으로부터의 도입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방품에 불과한게 사실이다.

또 부품업체간 기술경쟁이 기대된다.

여러 부품업체가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게 됨에따라 이들 업체간의
기술및 품질격차가 쉽게 드러나게 되어서다.

그만큼 국내 부품업체간의 경쟁과 협력을 유도할수 있게 됐다.

여기에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는 기본이다.

통상산업부는 부품공용화가 이뤄지면 발주량 증가에 따른 양산효과로
품목당 3%정도의 원가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단일부품에 대한 생산량이 늘어 부품업체의 대형화도 가능해
진다.

이같은 자동차 부품공용화는 선진국 업체들 사이에선 이미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경자동차는 엔진의 전자제어연료분사장치와 시동모터등
84개 부품이 공용화 돼있고 트럭도 클러치등 44개 부품을 완성차
업계가 공동 사용하고 있다.

승용차에선 업체간 공용화가 활발해 도요타와 닛산이 차체용 표면처리강판등
을 함께 쓰고 있고 닛산과 마쓰다는 자동변속기등을 공용화했다.

미국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공용화가 국내에서 이제야 시작된건 그동안 부품의
독자 설계기술이 미흡했기때문이다.

부품공용화를 위해선 독자 모델 설계능력이 필수적인 탓이다.

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자기 계열부품회사 제품만을 쓰는 "아집"도
부품공용화를 늦춰온 요인중 하나다.

어쨌든 국내 자동차 업계도 부품공용화에 첫발을 내디딘 만큼 공용화
대상품목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통산부는 매년 5개 품목씩을 추가로 공용화해 오는 2000년까지는
모두 30개의 부품을 공용화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부품공용화의 세부적인 시행방법은 확정된게 없다.

내달중 구성될 품목별 실무협의회에서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진다.

이때 기존 부품업체간의 의견이 엇갈려 쇳소리가 날수도 있다.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모델만을 고집할 수 있어서다.

통산부는 이에대한 조정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부품공용화 합의가 실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수 있을지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