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로 구성된 공익연구단의 임금가이드라인이 21일 확정, 발표됨으로써
올해 단위사업장 노사가 임금협상때 타결 기준으로 삼을 임금인상안이 가닥
을 잡게 됐다.

이번 임금가이드라인은 노총과 경총이 제시한 단독임금인상안의 중간수준
으로 임금협상을 둘러싼 단위사업장의 혼란을 줄일수 있는 완충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총과 경총간의 임금인상요구율격차가 최고 8%포인트(노총 12.4%, 경총
4.4-6.4%)에 달해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산업현장은 자칫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단위사업장노사가 서로 상급단체인 노,경총안을 들고 나올 경우 쉽사리
타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공익연구단의 임금가이드라인이 국민경제생산성을 감안한
적정수준인 점을 감안할때 전국단위사업장의 임금협상을 원활하도록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공익연구단의 박래영홍익대교수도 임금가이드라인 도출배경에 대해
"노,경총이 제시한 임금가이드라인을 노사가 서로 고집할 경우 교섭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고 노사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어 이를 막기위해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적정수순의 임금인상안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경총간의 임금인상요구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방관할
경우 노사관계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공익연구단이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의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임금가이드라인을 산출했했다는
얘기다.

공익연구단은 이번 임금인상안의 산출근거로 공신력있는 연구기관인 KDI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국민경제전체의 물가
상승률, 취업자증가율등을 들었다.

이는 임금인상안이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적정수준으로 도출
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앞으로 임금협상을 벌이는 노사 양측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임금가이드라인은 물론 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워졌다는 점에서 재야
노동계로부터의 반발을 살수 있지만 임금안정을 바라는 대부분의 사업장에는
설득력있는 준거틀로 수용될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노,경총간 임금합의가 안돼 기댈 언덕이 없어진 노사양측은 임금협상
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공익연구단의 임금가이드라인을 "심리적 타결
기대선"으로 여길 것이란 분석이다.

노,경총의 단독임금안이나 공익연구단의 임금안 모두 강제력은 없으나
노,경총의 임금요구율 격차가 워낙커 협상막바지에 가서는 공익연구단의
인상안이 자연스럽게 적정수준의 타결율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노,경총이 단일임금인상안을 도출한 지난2년동안 단위사업장노사는 서로의
요구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도 결국엔 단일임금인상안내에서 협상을
타결해 온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노사양측의 성숙된 협상관행도 올해 임금협상을 순조롭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87년이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현장사업장노사는 이제 노사간
갈등과 대립은 노사 모두에 엄청난 손실만 초래할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무리한 행동은 자제할 것이란 전망
이다.

최근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산업현장 곳곳에서 노사화합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노동전문가들은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은 노사협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록 공익연구단이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임금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더라도 노사자율에 의한 임금인상안 만큼의 효력을 발생하기가
어려운데다 정부가 이를 임금지도지침으로 수용할 경우 단위사업장의
거부감이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