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도로망과 교통량의 폭증으로 늘어만가는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유통업계가 물류공동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러업체가 물류창고나 트럭같은 수송수단을 공동으로 이용하는데서 출발한
물류공동화는 장차 공동구매사업 및 영업정보의 공유 등 업체간의 전략적
제휴로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양유통은 오는 97년까지 납품업체나 벤더 등
협력업체와 자사 물류센터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한편 상품별로 난립해온
벤더들을 통폐합,배송의 효율화를 꾀하는 창구벤더시스템을 완성키로 했다.

한양유통은 1단계로 금년말까지 시행대상 상품과 창구벤더의 선정 및
적정물류비 산출 등 사업성 분석을 끝내고 내년부터 일부 품목의 배송에서
이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창구벤더시스템이란 지금까지 수십여개의 벤더나 대리점이 제각기 점포에
상품을 수송하던 것과는 달리 지정 벤더가 납품을 전담함으로써 물류비절감은
물론 재고관리 전표관리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일본 세븐일레븐이
이 제도를 선보이며 혁신적인 비용절감을 이룬 바 있다.

지정 벤더는 한양유통의 물류센터를 이용함으로써 투자비부담이 주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매출기반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한양유통도 점포업무의 간소화
및 효율적인 재고관리 등으로 비용절감이 기대된다.

전국적인 물류수송망 구축에 나선 콜럼버스도 소형 벤더업체와 데포
(소형물류창고)를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상품의 특성별로 배송을 분담하는
서브벤더시스템으로 물류효율화를 이룰 계획이다.

본사의 대형트럭으로 주요거점까지 상품을 수송해 놓으면 소형트럭을 가진
각 지역의 협력벤더들이 이를 소매점에 배송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는 것이다.

한편 대형 수퍼체인업체들이 공동출자,경기도 수지면에 건설중인 한국물류
의 공동물류센터도 오는 6월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자체 배송망
을 갖추지 못한 중소유통업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만평의 전체부지중 회원사에의 분양분을 제외한 1만평에 세워지는
공동물류센터는 하루 4만케이스 연 1천5백억원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주간사인 한국물류는 중소업체의 물류대행은 물론 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하는
업체들이 참여하는 공동구매로 원가절감을 꾀하는 등 각종 공동화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작년말부터는 편의점 로손과 훼미리마트가 수라방 덕평 원터 등
여러 벤더업체들로부터 납품받아온 도시락이나 김밥같은 간편식의 배송을
코리아농수축산으로 일원화하여 공동배송을 하는 등 편의점업계의 물류공동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물류공동화는 별다른 투자가 없이도 업계 전체의 물류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크게 환영하면서도 "유통업체가 지금
까지의 비밀주의 영업관행 대신 기초적인 영업정보는 상호교환하는 등
페어플레이 정신을 확립해야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