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반도체 모니터 컬러브라운관(CPT)등 세계1위를 달려온
부문에서 신엔고훈풍을 타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VCR 세탁기 냉장고 컬러TV등 가전분야에서도
엔고수혜를 누리면서 세계 1위 달성을 목전에 두고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도시바등 일본업체들의 추격을 받고있는 D램분야에서
1위 수성은 물론 채산성에서도 월등한 우위를 확보하게 돼 신엔고로
날개를 하나 더 얹게된 양상이다.

4메가D램 시장에서 삼성등 한국업체들에 "완패"를 인정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16메가D램 분야에서의 역전을 겨냥하고 가격인하 공세를
펴왔으나 엔고로 그 기세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16메가D램 값은 올들어 일본업체들의 가격공세로 개당 47달러 수준
으로까지 내려앉은 상태였다.

그러나 도시바등이 엔고에 따른 원가부담에 그만 주저앉고 말면서
당초 예정했던 추가인하 계획을 동결키로 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D램과 함께 명실공히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는 CPT분야에서도
신엔고라는 호재의 출현에 따라 당분간 현재의 호경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1위업체인 삼성전관은 지난해 2천3백만대의 CPT를 생산해 세계시장
점유율 13%를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15%가량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릴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올해 세계시장에서 추가될 것으로 보이는 5백만대의 수요중 3백만대를
독차지할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CPT는 물론이고 컴퓨터용 브라운관인 CDT에서도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놓을 전망이다.

삼성전관 박근희이사는 "일본업체들이 한국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14인치급 CDT생산공장을 동남아등으로 대거 이전했으나 엔고부담이
이들 해외공장에까지 파급되면서 사실상 생산을 포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모니터쪽에서도 "신엔고 신바람"이 일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그간의 엔고부담을 피하기 위해 동남아 중남미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왔다지만 본국에서 대부분 원.부자재를 들여다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신엔고로 이 부분에서의 원가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김경훈수출담당 이사는 "지난해 5백만대를
생산해 세계시장에서 16.7%의 점유율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 올해는
18%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공기방울세탁기를
엔고호재를 업고 확실한 세계 베스트셀러 세탁기로 위치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수출물량이었던 45만대를 올해는 해외생산분을 포함해 1백40만대로
2백11%나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회사 박찬이사는 "세탁기공장을 세계 주요
지역에 두루 설립한다는 월드 워셔전략에 따라 올해중 멕시코 폴란드
말레이시아등 8개국에 세탁기공장을 동시 설립하고 내년에도 3개를 추가
하는등 엔고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시장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컬러TV쪽에서도 엔고훈풍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본 NEC등에 TV를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의 임승기TV수출2부 과장은 "대일TV수출가격을 4~5%인상키로
하고 일본업체들과 마지막 네고를 진행중"이라며 "종전같으면 우리쪽에서
가격인상을 먼저 요구한다는 건 생각키 어려운 일이었다"고 귀띔했다.

LG전자도 지난해 세탁기 컬러TV VCR 냉장고등 주력상품이 중남미
동남아 서남아 중동등 19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얻은데
이어 올해는 엔고호재에 힘입어 1위품목과 해당지역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