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의 제3국 기술도입선 유치를 놓고 미 불 독이
3파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미국의 보잉사와 프랑스의 에어로스페셜사로 압축된 구도였던
제3국 기술도입선 경합에 독일의 다사(DASA)사가 "출사표"를 던져서다.

다사는 김영삼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중인 이대원삼성항공사장과
메도른 다사회장이 1백~1백20인승급 중형항공기 공동개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의향서(MOU)를 지난 6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2개월동안 기술제휴 여부에 대한 타당성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다사가 한중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미보잉과 불에어로스페셜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기도 하다.

"제3국 기술도입선"은 당초 보잉과 에어로스페셜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점쳐져 왔다.

기술수준이나 해외마케팅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 회사를
놓고 저울질을 해왔던게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잉과 에어로스페셜의 밀고 당기는 각축에다 중국의 불분명한
태도로 "낙점"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당초 3월말까지로 예정됐던 제3국 기술도입선 선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복잡하다.

보잉과 에어로스페셜의 기술력이나 마케팅 능력등이 막상막하인 점도
그렇지만 이 문제에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선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우선 불분명한 중국의 태도가 문제다.

중국은 미보잉사와 불에어로스페셜사를 정치적인 잣대로 재고 있다.

불미라쥬전투기 대만 판매를 계기로 사이가 나쁜 프랑스를 꺼리면서도
미중 무역분쟁때는 에어로스페셜에 기운듯한 제스쳐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 지적재산권 분쟁을 겪고 있던 지난해 12월
불에어로스페셜과 중형항공기 기술제휴 의향서를 체결했다.

게다가 미보잉사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보잉사는 항공기 제작기술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을 의식해 한중
중형기 개발사업에 참여하는게 껄끄러운 실정이다.

보잉의 희망은 한중사업에 일본도 참여시키는 것이나 이는 중국이
극구 "반대"이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을 감안하면 한중사업 참여를 포기할수도 없는게
보잉의 입장이기도 하다.

결국 한중 중형기 기술도입선 선정은 이같은 복잡미묘한 서로의 입장이
정리될때 가능할것 같다.

아직까지는 보잉과 에어로스페셜이 그나마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어부지리"로 다사가 선정될수도 있다.

항공업계의 한관계자는 "제3국기술도입선 선정은 어차피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금년 하반기로 예정된 강택민 중국총서기의
방한때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