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해외증권발행협의회의 현대자동차 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 허용은
정부가 지난92년이후 지속해온 현대그룹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풀기 시작
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해외DR발행허용으로 산업은행 설비자금대출재개와 계열사의 상장허용
도 시간문제만을 남겨두게 됐다.

재경원의 한 관계자가 "해외DR발행을 풀어주는 것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뜻이 아니냐"고 반문한데서도 현대그룹에 대한 해금의 분위기를 분명하게
읽을수 있다.

재경원측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공개및 상장에 대해 "현재는 국민은행주식
추가매각도 미룰만큼 시장상황이 좋지않을뿐 정치적인 고려는 없다"며
시장상황이 풀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설비자금과 관련해서도 자금사정을 감안해 사안별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현대그룹에 대한 제재를 부분적으로는 완화하면서도 해외
증권발행과 산업은행설비자금대출 계열사상장등은 강력하게 가로막아 이의
허용이 제재의 완전해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는 6천만달러의 해외DR발행을 추진했으나 주간사
업무를 맡은 대우증권이 막판에 주간사계약을 파기하는등 해외증권발행은
번번이 무산됐었다.

부분적인 해금조짐이 나타나던 지난연말까지도 현대자동차가 석연치않은
이유로 해외DR발행신청을 자진철회, 제재의 완전해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었다.

현대그룹에 대한 정부의 금융제재는 지난92년 대선과정에서 현대그룹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비롯됐다.

92년 5월말 현대계열사에 신규여신중단조치가 취해져 산업은행 설비자금
지원중단 해외증권발행불허 현대상선등 5개계열사의 공개및 상장불허로
이어졌다.

현대그룹은 지난93년9월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의 김영삼대통령면담,
지난해5월 정명예회장의 경영일선은퇴를 선언, 올1월 계열사축소등을 통해
정부에 화해제스처를 계속 취해왔다.

이과정에서 94년1월 현대전자의 미국 맥스터사인수(1억5천만달러)에 따른
해외투자가 허용되는등 부분적인 제재해제가 있었다.

현대그룹은 해외증권발행허용을 계기로 그동안 정부가 그룹에 가해온
유무형의 금융제재가 전면해제될 것으로 보고 자동차와 전자부문의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는 특히 지난92년이후 지난해까지 중단된 산업은행의 시설자금대출이
곧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금명간 산은과 시설자금융자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측은 자동차 전자 정공 중공업 석유화학 정유 강관등 7개계열사가
요청했던 1조5천억원이상의 자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또 연내에 현대상선과 고려산업개발등 2개계열사의 기업공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이들 2개사는 지난90년이후 현재까지 납입자본이익률및 부채
비율등 공개요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라며 사전준비를 끝낸후 상반기중에
주간사계획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관계자는 "그룹의 구조개편발표등 정부의 소유분산과 전문화시책에
적극 호응한 것이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된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향후 금융
제재가 풀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계열사별로 투자계획을 재조정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현대가 정부와 사전교감을 거쳐 자금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공식신청이 접수되면 사안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총자금공급예정규모가 7조5천억원이고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의
대출잔액이 6천억-7천억원수준인 점을 들어 현대가 요청하는 1조5천억원을
모두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근/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