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21세기형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실체혁신" 계획은 우선 신임회장
체제가 출범한 직후에 나온 것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구본무회장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제2의 혁신"을 향한 구체적 방향을 담고
있어서다.

그룹회장 이.취임과 함께 단행된 창업가족경영인들의 퇴진등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 첫번째 방향을 LG는 소유구조 개선에서 찾기로 했다.

현재 34%인 내부지분율을 99년까지 16.5%로 낮추겠다는 것.

특히 개인지분율을 5%에서 3%로 낮추기로 한 점이 눈길을 모은다.

대주주 개인지분율 3%는 소유분산이 잘 돼있는 미쓰비시 미쓰이등 일본의
간판대기업그룹과 비슷한 수준이라는게 LG측 설명이다.

주요 계열사들의 공개도 촉진해 현재 59.7%인 그룹전체의 공개자본금 비율을
99년까지 90%로 상향 조정키로 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LG는 현재 자기자본비율에서는 25.2%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소유분산
우량기업집단"선정기준(20%이상)을 충족하고 있다.

여기에 목표대로 99년까지 소유구조를 개선하면 내부지분율(20%미만)과
공개비율(자본금기준 60%이상)마저 충족시키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의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에서
완전 제외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50개 계열사를 분장하고 있는 20개 업종별CU(사업문화
단위)를 "1CU 1법인"체제로 개편해 실질적인 계열사축소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LG그룹은 또 "가족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구본무신체제의
주요 경영모토로 내걸었다.

이미 창업시절부터 그룹경영에 참여했던 원로가족경영인들을 전면
퇴진시킨데 이어 앞으로의 주요 최고경영포스트는 전문경영인들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질적 소그룹장인 CU(사업문화단위)장의 선임기준을 엄격히
강화키로 했다.

CU장에 대한 평가를 맡고있는 "CU장 평가위원회"를 그룹내 전문경영인으로
구성하는 한편 외부전문가도 영입한다는 것이다.

부사장및 전무등 이른바 "사장후보"들에 대한 인사의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그룹인사자문위원회도 전문경영인들로 구성키로 했다.

그룹회장의 친.인척들에 대해서도 "공정경쟁과 능력주의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한다.

CU장들에게는 임원인사및 사업계획수립.집행과 자금조달등에 관한 결정권을
일임하는 한편 재임기간을 최소 5년은 보장해 일관성있고 소신있는 경영을
펼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구신임회장이 경영지침으로 제시한 "정도경영"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내기업으로는 처음 그룹내에 "공정거래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세계화 경영을 위해 "업종전문화"를 한층 심화하겠다는 내용도
주목거리다.

화학과 전기.전자등 그룹의 양대 업종을 축으로 정보통신 에너지 환경
생명공학등으로의 관련다각화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사업에서는 과감히 철수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같은 세계화 경영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해외지역본부를 5개로 늘리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해외 5개본사체제로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LG그룹은 이같은 내용의 경영구조 개편계획을 굳이 "실체 혁신"이란 이름을
붙여 내놓았다.

"형식이 아닌 내용"에 구조개편의 초점을 맞추었다는 얘기다.

남은 관심은 그 "실체 혁신"이 차질없이 진행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