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태상업은행장은 주총을 앞두고 "힘들지만 꼭 거쳐야 하는 "자리"에서
은행을 위해 몸바쳐 일한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후배직원들도 그 "자리"에 가기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 그 "자리"
에 있는 부장들도 최선을 다할수 있다는 판단이다.

임원이 되는 "코스와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상업은행은 이번 주총에서 7명이 별을 달았다.

이들의 "자리"를 보면 영업의 귀재소리를 듣던 이종경영업추진부장 구철서
영업2부장 이원섭영업1부장 정기영영업3본부부장등 영업분야가 4명이다.

여기에 윤강석종합기획부장 김동환여신기획부장등 기획부서에서 2명,
이지수국제부장이 가세했다.

물론 30년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파트를 거쳤던 사람들을 무우
자르듯 성향을 나누기는 힘들다.

그러나 영업과 국제통 그리고 본부의 주요기획파트가 임원배출코스임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마찬가지다.

상업은행의 예에서 보듯 이번 인사에 두드러진 특징은 현직 영업부서에서의
임원 발탁이 많았다는 것.

대동 동남을 제외한 13개 시중은행의 임원승진자 34명중 41%인 14명이
영업분야에서 별을 달았다.

제일은행은 승진 2자리를 모두 박해룡호남영업본부장과 신문식영업2부장등
차지했다.

국민은행도 장희진남부지역본부장과 김경희동부지역본부장등 일선에서
모두 별을 달았다.

서울신탁은행에선 작년 1년간 영업1부의 수신실적을 60%늘려 1조3천억원
으로 만들어 놓았던 고재훈부장이 상무로 직행하고 각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어 영업기반이 튼튼한 이동만영업2부장이 선배들을
제치고 임원대열에 올랐다.

외환은행의 최남규서소문지점장은 이번에 시중은행에서 임원이 된 사람들중
유일한 현직 지점장이기도 하다.

조흥은행에선 김학수수신업무부장이 탁월한 영업력을 인정받아 고졸출신
으로 별을 다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영업통들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국제통들의 약진이다.

조흥은행 구영치국제업무팀장 상업은행 이지수국제부장 신한은행 정해성
국제부장이 승진했고 한일은행에선 이철주국제부장 문규석외환업무부장이
동시에 별을 달았다.

은행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복수전무제도가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제
영업분야의 강화에 촛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통들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게 금융가의 분석이다.

본부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하는 기획심사통들도 임원승진에서 예외가
될수는 없다.

조흥은행의 송승효종합기획부장을 비롯 은행살림살이를 맡고있는
종기부장들이 이번에 5명이나 대거 승진했다.

강금중서울신탁은행 융자2부장등 은행의 전반적인 업무에 밝은 사람들의
승진도 돋보였다.

신임임원들을 출신지별로 보면 32.2%인 11명이 서울출신이었다.

그 다음은 부산.경남등 이른바 PK들과 전통적으로 금융인맥이 두터운
충남.북이 각각 7명(20%)씩 별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와 전남.북은 각각 3명(8.8%)씩 이었고 강원도가 1명, 이북출신이
2명이었다.

과거 두각을 나타냈던 대구.경북등 TK출신들은 이번에 한명도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학교별로는 서울대출신이 14명으로 임원승진자의 41%를 차지했다.

고려대가 6명으로 17.6%를 기록했고 성균관대 중앙대 부산대가 각각 3명
(8.8%)씩으로 새로운 금융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임원층이 두터운 연세대는 이번에 2명(5.9%)를 배출하는데 그쳤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