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이 23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총과의 임금합의를 거부하고
단독임금인상안을 제시키로 결의함으로써 단위사업장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큰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경총이 합의한 단일임금인상안을 토대로 임금협상을
벌여오던 단위사업장 노사는 이제 노,경총이 따로 따로 제시하는
임금안을 갖고 협상을 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노총의 이날 결정은 단위노조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돼온 임금합의를
포기함으로써 노총의 개혁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
재야노동단체와의 선명성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특히 임금합의가 임금억제수단이라는 단위노조들의 반발을 잠재워
조직이탈을 막기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아직 구체적인 단독임금인상안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노총은 경총과의
임금합의때와는 달리 12-13%대의 높은 인상률을 제시하고 경총은
임금안정과 기업경쟁력강화 차원에서 6%선 안팎의 낮은 인상률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노,경총간의 임금인상요구율 격차가 무려 6%를 넘고
단위사업장노사는 노,경총이 제시한 인상안을 서로 고집할 것으로
예상돼 노사간 대립이 첨예할 우려되고 있다.

노,경총 임금합의가 이루워진 지난2년동안에는 단위사업장 노사가
상급단체에서 마련한 단일임금인상안을 토대로 협상을 벌여왔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찰을 막을수 있었다.

또한 노사합의정신이 확산돼 있어 노조측에서 임금인상안을 아무리
높게 제시해도 단일임금인상안내에서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노사양측에 깔려있었다.

이에따라 대부분 사업장은 별다른 마찰없이 몇차례 협상을 거치면
적정수준의 인상안에 합의해왔었다.

실제로 4.7-8.9%와 5.0-8.5%의 단일임금인상안이 마련됐던 지난
93년과 94년에는 협약인상률이 5.2%와 7.2%를 나타냈고 실제 임금
상승률도 각각 12.2%와 12.4%(11월말 현재)로 임금안정세를 보였다.

이에반해 노,경총이 각각의 단독임금인상안을 제시했던 92년의
경우 협약인상률은 임금합의때 수준인 6.5%를 기록했지만 실제
임금상승률은 15.2%로 임금합의때보다 2.8-3.0%포인트가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따라서 단독임금인상안을 내놓는 올해는 노사안정이 힘들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노총과 민주노총준비위원회가 노동계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산하 노조의 공동투쟁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도 있어 산업현장이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노동부관계자는 이와관련,"임금합의가 없어진 상태에서 노총과
"민노준"간 세력다툼,임금문제로 인한 공기업노조의 누적된 불만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 올해 노사문제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독임금인상안을 내놓키로 한 노총이 여론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노사협력분위기 조성에 나설것으로 보여 노사문제가 예상
외로 안정국면을 유지할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노총의 이번 결정은 경제주체로서의 역할과 권리를 포기한
무책임한 행동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2년간 임금합의에 나서면서 근로자도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경쟁력강화에 나서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노총이 별다른 이유없이 단지 조직확대를 위해 이를 번복했기때문이다.

어째든 노,경총간 임금합의가 없어진 올해 노사간 임금협상은 순탄치
않을것이 분명하며 임금정책을 노사자율에 맡겨온 정부로서도 지금까지의
임금정책을 대폭 수정해야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