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0일 "한은법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사안인 만큼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국회에서 한은의 견해를 피력하겠다"(이승일
공보실장)는 공식 입장만 내놓았을뿐 표면적으론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에서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한은법개정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곤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반 직원들은 이번 한은법개정안이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은행감독원을 한은에서 분리한다는 데에는 "한은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어
놓은채 금융정책을 실질적으로 관장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관련, 한은노조(위원장 심일선)는 "재경원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투쟁
을 벌이겠다"며 "증권감독원과 보험감독원노조와도 연대해서 투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통위와 한은집행부 은행감독원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데
''3위일체''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이중 감독원을 분리하는게 불가능하다는 논리
를 펴고 있다.

금통위에서 수립된 정책을 한은에서 집행하고, 감독원은 이에대한 검사와
감독기능 및 그 결과를 다시 금통위로 ''피드백''하는 역할을 하므로 어느
한 기관이라도 떼어낼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또 감독원을 한은에서 분리해 재경원 산하에 두겠다는 것은 과거의
관치금융시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그동안 감독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치금융을
실시해온게 사실"이라며 "이제 감독원을 직접 통제하는 위치에 있으면 관치
금융이 과거보다 더 심해질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재경원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는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의 통폐합으로 신분상의 위기를 맞고있는 3개 감독원의 반발이
심한데다 한은독립을 위해 경제학자 1천인서명 등을 했던 민간단체들이
한은입장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은 간부진은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절충안을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