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구본무부회장(50)의 회장직 승계에 때를 맞추어 허창수LG산전
부사장(47)을 LG전선 회장으로 선임,"구.허씨 동시 3세경영체제"를 구축한다.

LG그룹 관계자는 17일 "구자경현회장의 퇴임과 동시에 구평회LG상사회장
(무협회장) 구두회호유에너지회장 허준구LG전선회장 허신구LG석유화학회장등
창업세대 원로 가족경영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이는 그룹내
세대교체가 완전히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LG는 회장 이.취임식을 오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빌딩
지하대강당에서 열기로 하는 한편 이같은 최고경영진 세대교체 정지작업을
완료,그룹회장 이.취임식때 공식 발표키로 했다.

허창수부사장은 이로써 지난 89년 LG산전부사장에 취임한 뒤 6년만에 무려
3단계 특진, 단숨에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그룹이 이처럼 파격적인 인사결정을 한 것에 대해 그룹의 또다른 관계자는
"구씨가문과 함께 창업주체로 참여한 허씨가문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회장 내정자는 그룹내 허씨가문의 장자격인 허준구회장의 맏아들이다.

허준구씨는 그룹 창업주인 고구인회회장의 바로 아래동생인 철회씨의
맏사위로 그룹 모체가 된 락희화학 창업에 깊숙이 참여했었다.

LG그룹이 40대의 허창수씨를 파격적으로 회장에 발탁한 것은 그러니까
"창업동지 가문에 대한 예우를 겸해 구.허가문 모두에 철저한 장자상속
원칙을 적용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허창수씨는 "허씨 3세대"의 리더격이었던 사촌형님 허동수
호남정유사장(52)을 단숨에 두단계 추월해 명실상부한 "허씨가문 대표주자"
로서의 위치를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한편 구자경회장은 퇴임과 동시에 명예회장으로 추대될 것이지만 경영에는
일체 간여하지 않고 장남인 구본무신임회장에게 그룹경영 전권을 완전히
물려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열사 회장에서 물러나는 "회"자돌림 구씨 1세대와 "구"자돌림
허씨 2세대도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명예직인 고문에 추대될 것으로
전해졌다.

구그룹회장은 올초 자신의 퇴진시기를 결정한 직후부터 60세가 넘은 이들
창업 가족경영인들에게 자신의 퇴임과 함께 스스로 일선에서 물러나달라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구회장의 둘째아우로 "창업원로"로 분류되는 구자학LG반도체회장
(65)은 현직을 유지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반도체회장의 경우는 그룹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전문가로 반도체부문
합작선인 일본 히타치사와의 업무협력등 "할 일"이 많아 은퇴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는 것.

그룹관계자는 이같은 창업 가족세대 퇴진에 대해 지난 89년 구회장이
"장자이외에는 경영능력이 없는 가족들을 일체 예우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
뒤 상당수 구.허씨 간부들이 회사를 떠났던 데 이은 또한차례의 탈가족경영
색채작업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