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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로보트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직장에서 사람이 쫓겨나고
기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는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장기적으로는
근거가 희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그 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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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래 사람들은 기계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휩싸이곤 했다.

러다이트운동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대표적인 예이다.

과연 기술발전이 사람들을 직장에서 내쫓았는가.

또 내쫓을 것인가.

그런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들은 21세기쯤 되면 선진국직장
에서는 사람이 필요치 않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들은 컴퓨터,소프트웨어,첨단통신기술 등의 정보기술이 고용에
미치는 부작용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 요지는 다음의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정보기술은 생산직 종사자뿐 아니라 사무직 노동자,특히 고급인력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변호사나 회계사와 같이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업무까지 컴퓨터가
대신할 것이다.

최근 서비스업종의 경우도 두드러진 변화를 이뤄 전화교환수가 음성인식
컴퓨터로,우편노동자가 주소인식기계로,은행 출납원이 현금지급기로대체되
는 추세다.

둘째,정보기술의 보급속도는 이전 어떤기술보다도 빠르다.

컴퓨터는 보다 싼 가격으로 급속히 보급돼 사람들을 직장에서 몰아내지만
이들에 대한 전직훈련은 재취업을 뒷받침해주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세째,정보기술은 직장의 개념을 바꾼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설계한 소프트웨어가 인도에서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생산돼 인도의 저임금 노동자가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된다.

이같은 주장을 완전히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최근 10년간 컴퓨터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한 미국은 실업률이
5.5%선에서 맴돌고 있는데 이는 정보기술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60년대에 비해서 결코 높아진 것이 아니다.

일본은 노동자 일인당 로보트대수가 세계 최고이지만 실업률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유럽은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불구,11%대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둘째,기술발전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실질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새로운 구매수요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는 흑백TV가 사라지고 컬러TV와 VTR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70년대에는 없었던 전자렌지나 비디오게임기 등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별기업 차원에서 새기계가 도입돼 많은 양의 노동을
절감,비용을 줄인다면 전체경제 차원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가격
하락,임금 인상,이윤과 투자자본의 증가등 3가지 상황중 한 경우는
틀림없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 3가지는 모두 소비자 구매력의 상승과 생산과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술이 일부 인력을 직장에서 내쫓는다 하더라도 전체경제 차원에서는
오히려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발전은 기존직종의 고용증대 뿐 아니라 새 직종을 만들어내
신규고용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컴퓨터 관련 인력은 두배이상 증가할 것이며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노년층에 대한 실버산업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연예와 정보서비스와 관련된 사업이 크게 부각될
것이다.

"가상현실"과 관련된 사업도 발전,많은 인력이 종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궁극적으로 새로운 고용이 계속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도 당분간은 실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데
동의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한 연구는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노동시장과
생산이 보다 유연할수록 노동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정부는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고 자유시장경제를 가로막는 각종 요소를 없애야 한다.

새로운 산업과 직종이 발생하는데 정부는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누구도 기술과 실업간의 함수관계를 공식화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일시적이나마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겨
거리를 배회하는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 F.케네디의 다음 말에서 사람들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만약 인간에게 인간 자신을 직장으로부터 몰아낼 능력이 있다면
다시 그들을 직장으로 복귀시킬만한 능력도 있다" < 문 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