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그룹의 최종현회장이 14일 전경련회장으로 재추대돼 연임에 들어간다.

전경련은 이날 총회에서 임기만료된 최회장을 재선임하지만 이는 통과의례일
뿐 그의 연임은 이미 지난달 18일 재계총수들의 삼청각회동에서 확정됐다.

이에따라 최회장은 앞으로 2년간 더 "재계총수"로서 뛰어야한다.

그의 연임은 "대안부재론"과 함께 오래전부터 기정사실화 돼있었다.

재계내의 역학관계와 조정능력,대정부관계등을 감안할때 최회장말고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재계사정이 그렇게 작용했다.

특히 문민정부시대의 첫 전경련회장으로서 국가경쟁력강화사업등 벌여놓은
일이 많아 그의 손으로 이를 마무리시키는게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한몫을
했다.

유창순회장에 이어 제21대 전경련회장에 취임한것은 지난 93년 2월12일.
지난 2년간 최회장체제에 대한 재계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우선 전경련의 위상과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을 듣는다.

정경유착집단이라느니 대기업의 이익만 대변하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씻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회장은 취임당시 두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민간경제의 자율성,그리고 신뢰받는 재계인상 정립이다.

그는 이를 위해 자율조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위원회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 대기업간 과당경쟁,대.중소기업간
갈등,대소비자분쟁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일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문제 해결이다.

최회장은 정부에서 위임한 이문제를 단일 콘소시엄을 구성,원만히 해결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는 민간경제계의 자율조정능력및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계기였다.

그는 대.중소기업관계가 대립이 아닌 협력 보완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애써왔다.

최회장은 취임직후 중소기협중앙회를 방문,중소기업지원을 약속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설립자금으로 50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또 재계중진을 이끌고 지방중소기업을 순회방문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확인하려 했다.

이를 계기로 전경련과 기협중앙회는 협조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회장체제의 전경련은 정부에 대해 일방적으로 무엇을 해달라고 건의하거나
요구하는 종전의 자세에서 벗어났다.

대신 문어발식 확장이나 소유집중등 재계에 대한 불신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탈바꿈노력을 기울였다.

30대그룹들이 계열사합병 분리독립 매각등 사업재편을 시도하고 있는것은
크게 달라진 재계의 모습이다.

최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전경련회장단을 개편했다.

재계원로들을 명예회장이나 고문으로 추대하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조중건 한진그룹부회장 신준호 롯데그룹부회장등"1.5"세대와 2세대를
부회장으로 새로 맞아들였던 것.이로써 재계현안에 대해 고문단과 회장단이
함께 해결하는 기틀을 다졌다.

최회장취임후 회장단회의에는 정세영 현대그룹회장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김석원쌍용그룹회장등 재계"실세"들이 참가,비중이
실렸다.

이러한 내부단합이 최회장에겐 큰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회장체제의 전경련이 순탄한 길만을 걸어온건 아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사정의 한파가 재계에도 불어닥친 까닭이다.

특히 대기업에대한 정부의 경제력집중완화시책등으로 정부와 재계간에는
냉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재계는 숨을 죽이고 목소리를 낮췄다.

한때는 정부의 신경제정책에 반발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최악"이라는 소리마저 나올 정도였다.

재계는 이런 위기적 상황을 "국가경쟁력강화사업"이라는"묘수"로 탈출했던
것이다.

전경련은 30대그룹총수들이 김영삼대통령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이 보따리를
풀게 했다.

즉 기업의 국제경쟁력강화와 무역흑자 1백억달러조기달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재계는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93년 10월에는 범재계차원의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가
출범했다.

재계는 이위원회를 바탕으로 각업종별 부문별 경쟁력실태를 조사분석하고
지방순회간담회등을 잇따라 열어 경쟁력강화에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국가경쟁력강화가 국가적인 과제로 선정됐다.

일부에서는 최회장이 이사업을 추진하지않았다면 그의 체제는 중도에
좌초했을지도 모른다고 회고 한다.

최회장이 진두지휘하는 경쟁력강화사업의 한축은 세계화사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