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프로화"를 의미하는 연봉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아직 역사가 일천하나 대기업들이 잇달아 연봉제를 도입하고있기
때문이다.

연봉제는 프로야구에서 보듯 협상을 통해 회사와 종업원이 한해동안
받을 임금을 결정하는 것.물론 여기에는 능력에 따른 임금의 차등지급이
전제된다.

임금을 차등지급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자극을 가한다는게 연봉제를
도입하는 배경이다.

스스로 능력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바람직한 제도이나
쳐진다는 생각하는 사람으로서는 혐오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바로
연봉제다.

종업원들의 입장에서 이처럼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연봉제.과연
국내기업의 연봉제는 어디까지 와있나.

현재 국내에서 연봉제를 실시하고있는 기업은 두산그룹등 20여개사.
두산이 지난해 전계열사로 연봉제를 확대한데 이어 올해에는 미원그룹이
대졸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했다.

한보그룹은 정보통신부문계열사인 성보시스템과 (주)한보의 무역사업
본부에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 동야그룹과 대림그룹이 임원을 대상으로 이제로 실시하고있으며
삼성그룹의 제일기획과 삼성데이터시스템도 연봉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외국기업이나 광고.패션 연구직등 소수전문직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연봉제가 대기업의 일반관리직으로 퍼져나가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연봉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도입기업의 수에서 뿐만아니라 내용도 구미의 연봉제와 적지않은 격차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 연봉의 삭감의 배제한다는 점이다.

현재 연봉제를 실시하고있는 기업중 일을 잘못했다고해서 연봉을 깍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우리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한국식 연봉제"인 셈이다.

국내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한 두산의 경우를 보자.두산은 연봉계약의
등급을 A B C D E등 5개등급으로 미리 정형화해놓고있다.

관리 생산 연구부문별로 그안에서 상대평가를 해 임금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물론 연봉의 삭감은 없다.

전체인원의 5%가 최고등급인 A등급을,10%가 B등급을 받는다.

일반등급인 C등급에 70%가 들어가고 D등급과 E등급에 각각 10%와
5%가 포함된다.

최고등급인 A등급계약자의 기본연봉 인상률은 10%이며 다음등급이
8% 6% 4% 2%등으로 차등화되는 시스템이다.

결과적으로 연봉이 전년때보다 깍이는 경우는 아예 배제된다.

여기에 보너스성격이 짙은 능력평가 임금인상이 더해진다.

이 역시 A에서 E등급까지 5~2%로 임금인상이 차별화된다.

따라서 종업원간 한해 임금인상률은 최고11%에 달한다.

이 성과급 성격의 임금인상률은 계열사별로 영업상황에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며 다음해 임금인상 베이스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기본연금인상과 능력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을 경우에는
15%의 임금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대해 두산측은 현재로는 다른 기업의 일반적인 임금인상폭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연봉제는 해가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몇년만 지나면 문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두산그룹은 이와함께 동기부여 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해 두산은 올해부터
슈퍼(S)등급을 신설해 운영한다.

이 슈퍼등급은 극단적으로 임금이 단번에 두배 이상 뛰어 오르는
연봉계약자로 계열사사장이 극소수를 뽑는다는 것이다.

미원그룹은 금년부터 미원유화를비롯한 10개 계열사에서 직급구분없이
대졸사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두산그룹보다 그 범위가 넓다.

그러나 미원그룹 역시 임금이 인하되는 경우를 배제하는 신토불이형이다.

기존 임금체제의 기본호봉상승분을 일정하고 성과급등으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의 제일기획도 다음달부터 제작파트에 근무하는 차장급이상을
대상으로 A B C 세등급으로 나누어 봉급을 차등지급하는 부분적인
연봉제를 계획하고있다.

동양그룹등 임원급으로 한정해 연봉제를 실시하는 곳에서도 성과급등으로
임금상승폭을 차등화할 뿐 전년대비 임금절대액을 깎지는 않는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아직 연봉제를 도입하면서도 기존의 연공서열식
임금체제를 완전히 벗어던진 것은 아니다.

오래동안 길들여온 기업문화에 갑작스런 충격을 가할 경우의 문화적
충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서국식 연봉제가 출현하는 것은 아직도 미래의 일로 돼있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