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회사를 늘려라"

은행들이 분주하다.

너나 할것 없이 종합금융그룹을 내걸고 있다.

은행업무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등 다른 금융업무를 취급하기 위해선
자회사확대가 필수적이라는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은행들은 지난 한해만도 7개의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조흥은행은 다음달중 대전중앙생명보험을 인수하기위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보람은행등은 선물자회사설립에 착수했다.

그런가하면 산업은행은 새한종합금융의 매각방침을 철회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8일 부국금고와 한성금고의 입찰을 실시할 국민은행도 내심으론 두 회사를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눈치다.

그러나 은행들의 자회사늘리기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무작정 자회사를 갖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게 사실이다.

고참급임원들의 배출창구로 자회사사장자리가 이용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수
없다.

그러니 자연 경영실적은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은행의 후광을 업고 명맥을 유지하는 자회사가 태반이다.

현재 국민은행을 포함한 25개 일반은행들이 갖고 있는 금융자회사는 84개에
달한다.

숫자못지 않게 업종도 다양하다.

리스회사가 21개로 가장 많다.

상호신용금고도 14개나 된다.

이어서 투자자문회사와 경제연구소가 각각 8개로 뒤를 잇고 있다.

대형은행들은 전산개발회사도 갖고 있다.

팩터링회사나 창업투자 선물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은행도 상당수다.

은행별로는 올해 민영화되는 국민은행과 제일은행이 각각 12개로 가장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이번에 매각할 부국금고와 한성금고를 포함해 상호신용
금고만 7개를 갖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이라고 보기엔 뭔가 어색하다.

그런면에서 보면 제일은행의 자회사가 가장 다양하다.

지난 93년 우여곡절끝에 인수한 상업증권(현 일은증권)을 비롯 제일
씨티리스 제일창업투자 한국선물거래 제일종합금융연구소 일은상호신용금고
일은투자자문등이 제일은행을 모회사로 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여기에 5대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투자한 비씨카드 한국투신 대한투신등을
합하면 종합금융그룹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은행들의 자회사늘리기는 올부터 본격화되고 있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핵심으로 등장한 "보험회사사냥"이
올해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회사공략에선 조흥은행이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두었다.

조흥은행은 다음달 대전중앙생명보험을 인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유니버설뱅킹의 주축이 되는 증권 보험 은행의 틀을 갖추게
된다.

조흥은행은 이런 기세를 이어나가 창립 1백주년이 되는 97년까지 자회사
숫자를 12개로 늘리기로 했다.

증권 투자자문 생명보험 선물 신용카드 리스 상호신용금고 전산개발 신용
평가 경제연구소 부실채권관리사 현금자동입출금기(ATM)회사등으로 말그대로
금융그룹이 된다는 구상이다.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은행등 다른 은행들도 자회사늘리기를 골자로한
중장기경영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올부터 은행들의 자회사확보경쟁은 가히 "문어발"을 연상케할 전망이다.

이런 확장추세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들의 내실은 그리 탄탄하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지난93년 회계년도기준 은행자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사당 평균 1백4억원에
그치고 있다.

전년의 23억원에 비해선 4배이상 늘었다고는 하지만 "홀로서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이다.

특히 투자신탁 증권사등을 제외한 다른 자회사의 이익은 10억원이내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제는 자회사확대뿐만아니라 자회사의 내실을 기하는게 중요하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은행차별화에 비례해 자회사의 차별화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래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자회사는 과감히 정리하는 단안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별 자회사의 경영실적을 시리즈로 엮어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