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민항사업 진출"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작년말 반도체수출등 자체 항공수요를 위해 1백인승 이상 항공기
도입을 추진했던 삼성항공이 이번엔 지방 도시 사이를 운항하는
항공여객 사업에 뛰어들 움직임을 가시화했다.

특히 한국 부정기항공사업협회가 6일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지역항공
운송 육성방안"세미나에선 지방간 항공여객사업을 적극 활성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돼 관련업계를 긴장 시켰다.

이 세미나는 삼성항공이 막후에서 적극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민항진출을 위한 "여론 띄우기"작업으로 이 세미나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게 기존업계의 시각인 셈이다.

물론 삼성의 이같은 행보에 아시아나항공등 기존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고 정부도 아직은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삼성의 "목표 달성"이
당장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이 들고 나온 지역항공운송 사업이란 50인승 이하의 커뮤터기(제트기
가 아닌 터보엔진 프로펠러기)를 이용,정기항공노선이 없는 지방 도시간을
잇는 운항사업.

현재는 헬리콥터로 김해-해운대등 소규모 부정기 운항사업만을 하고
있지만 이를 고정익까지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삼성이 지역항공운송에 발을 담그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성이 충분한데다 정기운송사업 진출의 발판이 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성에 관한한 이날 세미나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허종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연간 수요가 4만명
정도면 50인승 기준 하루 1회 왕복운항에 충분한 수요인데 이같은
노선은 전국에 23개 노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주와 청주,창원,전주를 잇는 노선은 하루 5회이상 운항하기에도
충분하다는 것.게다가 제주-강릉 노선의 경우 50인승을 하루 7회
운항하면 44억7천4백만원의 연간수입이 가능하고 이익도 13억원에
달한다는게 허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채산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허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의 경우 지리적 여건상 중장거리 교통수단으로는
고속철도가 가장 적합하나 전국을 고속철도망으로 거미줄 처럼 연결할
수는 없다"며 "이에 대한 보완수단으로 단거리 지역항공교통이 필수적"이라
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커뮤터기는 대규모 공항시설이 필요없고 소규모 수요에도
빈번한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어 지방화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관심은 지역민항 사업의 주체로 모아진다.

세미나에선 기존의 정기운항업체보다는 별도의 사업자가 맡는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한국의 경우 교통량 비행장 여건등을 감안할때
대형기와 소형기를 구분해 운항시키는 수평적 역할분담이 바람직하다"며
"국내 지역항공운송은 기존 항공사외에 독립회사가 운영하는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소규모나마 "제3 민항"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등 기존 업계가 반대하고 있는건
물론이다.

특히 지난88년 민항 진출이후 2천3백억원규모의 누적적자를 내고
있는 아시아나의 반발이 거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역항공사업의 전망이 밝다면 기존사가
그동안 왜 진출하지 않았겠느냐"며 "삼성의 진짜 관심은 지역항공사업보다는
대형 정기운항사업에 있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항공여객 시장 규모로 보아 제3민항 허용은
기존업계의 존립기반마저 뒤흔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측도 지역민항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성기수건설교통부 항공국장은 "삼성측이 아직 공식적으로 사업계획을
밝히지 않아 정부가 뭐라 말할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본격적인
지역민항사업을 허용하는건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건교부는 작년말 서울항공이 지역민항사업을 신청했을때 이를 불허했었다.

그러나 삼성의 민항진출이 영영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것 같다.

승용차 진출때도 보았듯이 여론 정지작업등 우회전략은 삼성의 신규사업진출
작전의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주도로 오는98년까지 개발될 1백인승급 중형항공기는
중요한 변수중 하나다.

정부가 개발비 50%를 지원한 중형기의 국내수요가 마땅치 않을 경우
삼성의 민항진출엔 더없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