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상사는 끈끈한 생명력으로 이어가는 기업이다.

85년 국제그룹 해체와 함께 86년 한일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한차례 변혁을
겪었고 또 90년대에는 신발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축소를 거듭, 사업
구조 조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합병이래 적자를 면치못하던 국제상사는 그동안 전자사업 등 신규사업과
신발 부문 축소 등을 통해 올해를 흑자 원년의 해로 잡고 있다.

현재 경영진은 변철규 부회장을 비롯해서 한일그룹 출신이 주축을 이루며
전자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이루면서 이 분야는 외부인사의 영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국제상사에는 국제그룹시절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그대로 있지만
임원진은 한명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특이하게 문진석 상사부문 담당사장이 국제그룹의 계열사 출신이다.

현재의 경영진은 국제상사가 한일그룹에서도 한일합섬과 함께 그룹의 양대
주력회사로 자리잡고 있어 그룹에서 정기적으로 임원진을 순환인사하고
있다.

때문에 관리 영업 전자사업 등 각분야에 전문경영자들이 포진해 있다.

경영스타일도 한일그룹의 보수적인 안정위주의 내실경영분위기가 이어져
대부분 꼼꼼한 관리통이 많다.

이는 그동안 국제상사가 계속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에 경영정상화에
주력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변철규 부회장은 고 김한수 창업주의 외사촌동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
를 졸업하고 65년 경남모직에 입사해 한일합섬 부사장, 동서석유화학 사장
등을 거친 한일그룹의 창업공신이다.

지난 91년 국제상사 사장으로 국제상사 경영을 맡다가 1년만인 92년에
부회장으로 승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문진석 상사부문 담당사장은 유일한 국제그룹 출신으로 한일그룹에 통합된
이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케이스.

국제그룹 계열사인 연합물산 사장이었다가 90년 한일그룹의 주력기업인
한일합섬 사장으로 발탁, 다시 연합물산 사장을 거쳐 93년부터 국제상사
사장을 맡고 있다.

대표이사직함을 가진 햇수만도 81년 국제 종합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사장
을 시작으로 15년째에 이르는 전문경영인이다.

보성고등학교와 서울대 상대 경제과를 졸업하고 61년 국제그룹이 인수하게
되는 삼양팔프에 입사하면서 국제그룹에 몸을 담았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계수에 밝아 경리 기획에 강한 관리통으로 꼽힌다.

그룹의 계열사를 맡아 오면서 부실기업의 합리화에 상당한 노하우를 인정
받고 있으며 이런 배경때문에 국제상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문사장은 취임하자 국제그룹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신발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생산중단을 선언했고 스페인의 양모피 공장을
인수해 의류사업의 기반을 확충했다.

이와함께 명동 연합빌딩에 멀티브랜드 숍인 도어즈를 개장, 유통업체도
처음 뛰어들었다.

문사장은 올해를 합리화 완성의 해라고 선언하고 자력으로 경상이익부분
에서 50억원의 흑자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5% 정도 늘어난 4천2백억원으로 잡고
자금운용의 합리화및 영업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의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경영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밝히곤 한다.

전자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마동성 사장은 학자출신으로 지난해 11월
전자사업부문이 승격되면서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섰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광전기기술연구부장으로 있다가 국제상사가 전자사업에 뛰어들면서 90년
전자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올해는 갈륨비소반도체와 지난해 개발한 개인사설무선통신시스템(P2CN)의
양산체제구축과 해외판매망 개척에 역점을 두고 바쁘게 뛰고 있다.

경영진이라기보다는 학자로서의 면모가 강하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는 신동권 전무는 자금 전산업무와 용산 국제빌딩
관리업무를 관장한다.

만12년간 한일그룹 계열사인 동서석유화학 관리부서에서 근무한 관리통
으로 노사화합과 분쟁조정에 남다른 솜씨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흑자원년의 실현을 위해 은행부채 등 자금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전자부문 관리담당 백선기 전무는 한일합섬시절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수출업무에만 종사한 수출통으로 전자사업부문의 해외영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93년 한일합섬에서 자리를 옮겼다.

민덕규 상무는 전자부문의 통신사업 담당으로 지난해 11월 전자 생산공장
건설과 통신시스템 영업을 위해 영입했다.

현대전자 초창기에 생산공장 건설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왕컴퓨터
코리아 상무시절에는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공로를 세우기도 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로스펙스 아티스 등 국제상사의 스포츠브랜드를 총괄하는 브랜드사업
본부장인 서우철 상무는 8년간 카이로와 테헤란지사에서 근무한 해외파로
스포츠브랜드 총수답게 스키 골프실력이 수준급 이상을 자랑한다.

황준기 상무(물자본부장)는 기획통으로 수치에 강하고 업무를 보는 시야가
넓다는 평을 듣는다.

특유의 강한 추진력으로 부실채권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규형 이사는 인도네시아에 합작설립한 신발공장인 국제-아데텍스 대표
이사로 현지에서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한일과 국제를 넘나들며 수출일선에서 뛰고 있으며 브랜드사업본부 수출
담당 이사시절에 브라질에 로열티를 받고 상표수출을 한 일등공신이다.

< 고지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