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과 광주은행.

두 은행이 각각 영남과 호남의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많은 시중은행들과 대기업들을 제치고 한국능률협회에서 주는
경영혁신대상과 최고경영자상을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나누어 가졌다.

또 94년결산결과 세후당기순이익부문에서 지방은행중 대구은행이 1위,
광주은행이 2위를 차지했다.

94년도 배당에서 대구은행이 10%배당을 결정하자 광주은행은 당초 7.5%였던
배당률을 10.5%로 올려 그동안 숨겨왔던 대구은행에 대한 경쟁심리를
드러냈다.

지난 89년 대형외환사고로 위기에 몰렸던 광주은행이 전산개발을 교두보로
삼아 5년만에 전열을 재정비, 지방은행수위자리를 넘보면서 대구은행을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은행도 전산과 고객서비스분야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성가를 바탕으로
수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열악한 지역금융환경도 이들에겐 변명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지역경제상황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끝에 시중은행들도 부러워할 알짜배기은행이 된것이다.

양은행은 전산부문을 최전선으로 삼아 이분야에서의 공방전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산부문에서만큼은 "우리은행이 단연 최고"라며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

광주은행은 다운사이징을 도입하지 않는 기관은 수년내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은행은 수년에 걸친 연구끝에 지난 94년1월 중앙집중식 대형컴퓨터를
통하지 않고 개인용컴퓨터(PC)에서 정보와 거래를 분산처리할수 있는
다운사이징을 완성, 다운사이징분야의 개척자로 군림하고 있다.

다운사이징뿐만아니라 IC카드 자산부채종합관리(ALM)시스템 상시감사시스템
전자문서결재시스템(EDI)을 잇달아 완성하는등 굵직굵직한 전산시스템들을
개발했다.

대구은행도 이에 못지않다.

전산부문에서 제일 앞서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객서비스로 직접 연결되는 소프트웨어부문에선 모든 은행들이
대구은행을 쳐다볼 정도다.

대구은행은 지난 93년10월 신청 즉시 창구에서 카드를 발급해주고 전표없이
입출금할수 있도록해 고객들이 창구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전산처리지연을 사전에 발견하고 조치할수 있는 원격온라인 감시시스템
(ROMS)과 전자결재는 물론 집에서도 업무를 처리할수 있는 사무관리시스템
(OASIS)은 다른 은행들보다 훨씬 앞서 개발됐고 쓰임새도 다양하다.

대구지역 경제기반이 어느정도 뒷받침되는데다 앞선 고객서비스등을 가미,
지방은행중 순이익최고등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은행.

이 아성에 광주은행이 서울지역집중공략 주식투자강화등의 전략으로
맹추격하는등 광주은행의 공세는 전산부문에서만이 아니라 영업전반에서
전개되고 있다.

94년도 대구은행의 세후당기순이익은 4백21억원으로 지방은행중 최고를
유지했지만 93년보다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광주은행은 40.8% 증가한 3백억원으로 2위를 기록하며 맹렬히 따라
붙고 있다.

지역경제기반이 다소 취약한 광주은행측이 주식매매에 주력, 지난해 1백
26억원이나 되는 주식매매익을 내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결과다.

또 광주은행의 1백14개점포중 서울지역 4개지점의 수신고가 20%를 차지할
정도로 돈이 몰려 있는 서울지역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대구은행은 주식매매익이 66억원에 불과하고 외환과 여신의 서울지역의존도
도 7%밖에 되지 않는다.

영남과 호남의 두은행이 업무에서 불꽃튀는 경쟁을 벌인다고 지역감정을
연상하면 큰 오해다.

양쪽 은행장들이 서로 상대편 은행장과 임원을 초청, 자기지역 상공인들을
소개시켜 주는가 하면 종종 친선축구대회 등산대회를 개최해 지역감정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한다.

"21세기 초일류은행 성장전략을 만드는 대구은행"과 "21세기를 준비하는
광은그룹"이라는 비슷한 슬로건을 내걸고 21세기를 향해 질주하는 지방은행
맞수의 맹활약이 주목된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