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부도를 낸 히트엔지니어링의 서명수사장(43)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구조개선자금지원대책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중소기업들이 운전자금부족으로 수없이 쓰러지고 있는데
정부는 97년에 구조개선자금을 연장해 지원하겠다는 안일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1만여개 중소업체가 부도를 낸데 이어 연초부터 중소기업계에
돈가뭄의 강도가 더 심해졌다.

하루 20여개 업체가 말라 죽어가는 부도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히트엔지니어링 외에도 이달들어 한국린나이 상림전기 광림기계 진화시스템
대동대리석 선호산업 연합기획정밀등 많은 중소제조업체들이 당좌거래정지
대열에 끼고 말았다.

올들어 부도를 낸 기업들은 한결같이 일시적인 운전자금부족현상에 희생이
됐다고 답변한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장기어음을 제때 할인 받지 못해 자금부족에
시달리다가 어음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연쇄부도를 당한 사례도 늘고 있다.

중소기협중앙회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받는 어음가운데 70%이상이 결제
기간이 3개월을 넘는 어음인 것으로 분석한다.

법률에 분명히 2개월이상짜리 어음을 발행치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일부에서는 6개월짜리 어음을 공공연히 발행한다.

그럼에도 금융기관은 90일이상 어음은 결코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

은행에서는 할인을 해주지않는데다 장기어음을 계속 받다보니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97년에 설비자금을 1조원 더 주겠다는 방안은 이해할
수 없다고 업계측은 주장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최근의 중소기업부도사태는 지금까지와 같은 판매부진
으로 인한 것보다는 일시적 자금조달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외에 사채발행 장외시장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기업의 직접금융조달실적 2조8천억원중 중소기업이 조달해간 규모는
11.5%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채발행과 주식발행 모두 전년도에 비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자금창구의 차단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부족운전자금중 22%정도를
사채에 의존하고 있다.

올들어 제2금융권에서 부족운전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2배가량을 사채를
통해 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지난주부터 각은행이 가계자금및 영세기업자금의 대출을 거의
중단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돈가뭄은 보기 드물게 심화돼 가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연초부터 돈부족에 시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단기
대책부터 마련해준 뒤 장기대책을 발표해줄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업계의 주장에 대해 오영교통산부중소기업국장은 이같은 반응은
너무 조급한 판단이라고 전제하고 "재경원과 협의, 빠른시일내에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중소기업자금지원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