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현대그룹의 구조개편은 세계화와 지방화에 대비함과 동시에
그룹의 규모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재벌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기위한것으로 풀이된다.

이를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게 가해졌던 현대그룹에 대한 직간접인
제재를 완화토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6개부문으로의 사업구조개편및 계열분리의 확대는 정주영명예회장
이후의 후계체제를 겨냥한 포석으로도 볼수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발표에서 현재의 50개계열사를 23개로 축소,중공업및
전자 자동차 화학 제철기계 건설부분등 6개부문을 전문업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 부문을 그룹이 나갈 방향으로 제시한것이다.

그동안 늘려온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21세기형 초인류기업"의
틀을 새로 짜 국제화와 지방화 시대에 경쟁력을 키우기위한것이라는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미래의 기업경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개편을 통해 현대그룹은 계열사의 수는 줄이는 대신 규모는
전세계 경쟁기업중 초인류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6개 전문업종의 책임자로 정주영명예회장 시절부터 경영일선을
뛴 전문경영인들을 임명하고 이들로 하여금 2-4개의 계열사을 관장하도록
하고있다.

이같은 현대그룹의 개편 내용은 양과 질에서 모두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비주력기업인 금강개발 현대미포조선등 10여개 계열사가
정리될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이날의 발표는 이를 훨씬 웃도는
절반의 정리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감한 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크게 네가지.첫째 업종전문화와
초일류기업으로의 육성의지를 분명하기위한것이다.

둘째는 당장 전문경영인을 6개전문업종의 책임경영자로 내세우고
있지만 점차 후세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

세째는 계열사간 통합을 통해 창업 이후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세계화
시대에 해외사업 강화등 중장기전략의 효율적인 수행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네째는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현대그룹에 내려진 각종 금융제재를
피하기위해서는 그룹이 먼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해야한다는 판단이 섰던것이다.

이젠 현대그룹의 경영은 정세영회장과6개 "부문장"이 참가하는
그룹운영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그룹운영위원회는 올해부터 97년까지 단계적으로 현대상선 고려산업개발
현대석유화학 현대중공업등을 매년 1-3개사씩 기업공개하는 작업을
맡는등 그룹의 중요 결정을 맡게 된다.

그룹운영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속으로 파고들기위한 줄기찬
노력을 계속한다는게 그룹측의 구상이다.

또하나 눈여겨 볼일은 현대그룹은 이날 발표에서 별첨자료를 통해
전남 율촌과 전주전주 충남아산 당진등에 자동차및 강관 수리조선소
승용차 대형H형강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힌점. 지방화시대에
울산과 함께 지방의 거점을 명실상부하게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이날의 발표가 "공수표"가 되지 않을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계열사의 분리및 매각 합병등이 당장 어렵기때문에 시간이 가면서
흐지부지되는 경쟁사의 선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것이다.

기존 계열사간의 상호출자및 지급보증등의 각종 연계가 정리되는
대로 연말까지는 가시적인 분리작업을 진행하고 96년말까지는 매각등의
조치를 취할 세부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고 그룹측은 설명하고 있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