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후 극적으로 회생하는 기업들의 재기요인은 뭐니뭐니해도 근로자들의
눈물겨운 구사운동과 내실있는 경영합리화노력이라는 것이 몇가지
사례를 통해서도 입증되고있다.

알루미늄주방기구제조업체인 대풍금속(대표 고정호)은 지난해 3월31일
주거래은행인 경기은행 신흥지점에 돌아온 어음 1억원을 막지못해
부도가 났다.

91,92,93년 무역의 날에 수출탑훈장을 계속 받을 정도로 탄탄대로를
걷던 대풍금속에는 청천벽력같은 사건이었다.

93년 중국천진에 현지주방용품공장을 설립하는데 2백40만달러(한화
19억2천만원)가 투자된 상태에다 금융실명제실시로 자금융통이 어려워
지면서 부도를 낸 것.

알루미늄 포장재등 부자재의 값이 최고70%까지 폭등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35명의 회사임직원들은 이에 동요치않고 "회사를 살리자"라는
투철한 의식으로 똘똘 뭉쳤다.

월급도 미룬채 특근 야근을 가리지않고 묵묵히 조업에 열중,생산성을
높여나갔다.

사장은 거래선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평소의 친분과 신용을 바탕으로
"반드시 갚아주겠다"는 약속아래 어음을 회수했다.

이같은 회사임직원들의 노력으로 결국 부도 1달만에 회생,중단된
은행당좌거래를 재개했다.

비온뒤의 땅이 더 굳어지듯 대풍금속은 튼튼한 기업으로 성장하고있다.

인건비 월5백50만원이 소요되는 중국 천진 공장(종업원1백10명)이 정상
가동돼 월2억-3억원의 물량이 미국 일본 캐나다등지로 꾸준히 수출되고
있기때문이다.

인천직할시동구송현3동에 소재한 2백평규모의 공장에서는 후라이팬
냄비등 품종과 디자인을 다양화시킨 주방세트를 생산,백화점등지에
납품하고있다.

이에 따라 올매출액목표를 지난해25억원보다 60% 늘어난 40억원으로
잡고있다.

고사장은 "회사경영에 있어 부도경험이 좋은 자극제가 되고있다"고
밝힌다.

충남천안군성환읍소재 한창벽지(대표 맹희재)도 부도가 났다가
사원들의 일치단결로 위기를 극복한 예.

벽지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수입하려면 7억-8억원이 드는 동조실크기계를
2억원을 들여 자체제작했다가 자금난으로 인해 가계수표장당초과발행에
걸려 금융질서위반으로 지난해 10월1일 부도를 냈다.

주거래은행은 국민은행 평택지점. 당시 은행에 잔고부족상태는 아니었지만
시설투자로 인해 자금난이 컸던 터였다.

당시 은행도 원망스러웠다.

수입되는 동조실크기계는 명세서가 있으면 대출이 되지만 자체제작한
기계는 대출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도가 난후 35명의 직원들은 월급도 반납한채 정상조업에
임했고 사장은 중국에 수출하기위해 중국대련의 정공장식유한공사와
맺은 합작계약서를 첨부,은행에 제출하는등 자구책으로 결국 부도는
13일만에 해제됐다.

맹사장은 "당시 직원들월급을 두달치 못줬는데도 직원들이 이해해준
것은 지금도 잊을수없다"면서 "부도해제를 놓고 지점장회의를 거치는 등
노력해준 은행에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창벽지는 올해안으로 3억원을 들여 중국대련에 합작법인을 설립,
수출을 할 계획이다.

올매출액은 35-40억원을 목표로 하고있다.

경북 영천시 북안면 실리리에 위치한 (주)우창(대표 신송길)은
전문경영인출신인 새주인을 맞으면서 재기에 성공한 기업.

자동차판넬등 자동차부속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전 협성공업)는
전허만도사장이 지병악화와 과다한 시설투자등 방만한 운영으로 지난해
1월22일 부도가 났다.

그러나 경기도군포소재 서진산업의 총괄상무였던 신사장이 회사를
인수,그대로 승계하면서 한달만에 회생했다.

이와 함께 신사장의 주도아래 "회사를 다시 일으켜보자"는 의식이
전직원들에 확산되면서 밤샘을 마다하지않는 구사운동으로 오히려
이전보다 내실있는 기업으로 일어섰다.

사장을 중심으로 1백20명의 종업원이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일하는 한편
경비를 최대한 줄여 경영합리화를 꾀했다.

이로 인해 제품불량률도 줄어들었고 생산성도 대폭 향상돼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기술,경영지도등도 도움이 컸다.

우창은 이에 힘입어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 1백억원보다 50%늘어난
1백50억원으로 잡고있다.

자동차부품가공기 철강업전용설비등을 제작하는 성원기계(대표 서경수)
는 주거래은행을 옮긴후 결제일에 직원전원이 휴가를 갔다 부도가 났던
특이한 케이스.

경남 김해군 진뢰면에 소재한 이 회사는 지난해8월 주거래은행을
서울신탁은행에서 부산은행으로 옮겨 잔고가 있었음에도 불구, 휴가철
서류담당직원의 착오로 전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에 5백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어이없이 부도를 냈다.

전직원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후 부랴부랴 은행에 사유를 기재한
서류를 제출,부도17일만에 당좌거래정지를 해제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 부도의 경험을 회사발전의 전기로 삼아 성장하고
있다.

CNC선반뼈대제작등 업종을 다변화시켜 작은 설비에서부터 대형설비까지
제작하고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 5억원에서 1백%증가한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이 회사의 서사장은 "부도가 한번 난 경험이있으니까 업체에 납품할때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도 당좌수표를 맡겨야하는 등 절차가 복잡
해졌으나 부도를 계기로 사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하고있다"며 활짝
웃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