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시외전화사업을 놓고 데이콤과 현대 삼성등 대기업그룹간의 일대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시외전화사업의 경쟁체제를 도입,올하반기중 독점사업자인
한국통신외에 추가로 1개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이후 그동안
이 사업참여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해온 데이콤이
독주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현대 삼성등 대기업그룹들이 사업권획득에 관심을 보이고
나서 혼전으로 치달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규모의 자가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는 한전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부는 공정경쟁풍토조성을 위해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제2 시외전화사업자가 어느곳으로 낙점될지는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는 양상으로까지 진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까지 제2 시외전화사업참여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선
곳은 데이콤이 유일하다.

현대및 삼성그룹의 경우 반도체분야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부담때문에
아직 시외전화사업에 투자할 여력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그룹 관계자는 "시외전화사업의 사업타당성이 충분하고
법적으로 신규진출에 문제가 없어 기회만 주어지면 적극 참여를
추진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 사업참여를 강하게 시사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시외전화사업진출에 강한 의욕을 내보이고 있는
것은 뛰어난 시장성과 성장성 때문이다.

독점사업자인 한국통신은 지난해 매출 5조4천6백35억원가운데 33.8%인
1조8천4백60억원을 시외전화사업으로 벌어들였다.

시외전화서비스시장규모는 앞으로의 전화요금인하및 이동전화의
시장잠식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10%이상씩 성장,올해 2조원,2000년까지
3조원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시외전화사업에 참여할 경우 앞으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개인휴대통신(PCS)전화비디오(VDT)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데이콤이 제2 시외전화사업참여를 위한 모든 준비상황에서
가장 앞서 있다.

데이콤은 지난해 10월 시외전화사업추진을 공식선언했다.

이미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등 주요 대도시를 연결하는 총연장
1천2백11km의 2.5기가bps급 환형망 광전송로를 구축완료한데 이어
오는 99년까지 2천6백50km의 광전송로및 1천1백2km의 디지털
마이크로웨이브 (MW)장거리 전송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교환망구축을 위해서는 오는 10월까지 조기서비스를 위해 기전 3개교환기
를 증설하고 내년 7월까지 교환기 4개를 추가설치,전국에 7개 교환시스템
을 갖는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교환기도입및 관로구축,국사건설을 위해 올해부터 2천년까지
1조원이상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데이콤은 한국통신과는 차별화된 서비스전략으로 시장을 공략,올해
시외전화서비스시장의 2%,내년 12.5%,98년 21%를 잠식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미 번호계획까지 마련,망식별번호를 현행 0XX앞에 "1"을 추가로 붙이는
방안을 내놓은데 이어 요금도 신규사업자의 경쟁력열세를 감안해 기존
한국통신보다 10%이상 싸게 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2-3월중에는 시외전화용 교환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반면 현대 삼성등의 시외전화사업참여는 아직 검토단계다.

이들은 독자통신망을 갖고있지 못한데다 전화사업의 공익성을 고려,
자가통신망을 갖춘 한전 도로공사및 견실한 중견기업들과 컨소시업을
구성해 이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설비제조업체를 포함한 대주주의 유선전화사업
지분이 10%로 제한돼있어 이 범위안에서 지분을 확보하고 한전및
도로공사를 제2주주로 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여기서 최대변수는 한전이다.

한전은 대규모의 자가통신망과 망운용경험을 갖고 있어 언제든
시외전화사업진출이 가능하다.

다만 현행 전기통신기본법의 "자가통신망보유자는 자목적이외의
통신사업을 할수 없고 보유설비의 50%까지 기간통신사업자에 임대해줄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독자적인 시외전화사업진출의 길이 막혀있다.

한전은 현재 전국각지의 39개구간을 잇는 무려 3천48km 연장의
광전송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광케이블의 용량은 모두 3백58코어(Core)로 이중 1백52코어만 운용
중에 있고 나머지 57.5%에 이르는 2백6코어가 유휴용량으로 남아있다.

시외전화사업을 위해 임대해줄수 있는 설비가 충분한 셈이다.

도로공사의 경우는 현재 4개구간 3백32km의 광전송로를 갖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나 삼성등이 앞으로 한전이 민영화될때 통신부문을 따로
분리해 인수한다는 전략아래 한전과 손잡고 시외전화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빠른 시일내에 부대설비및 시설을 갖추고 서비스에
들어갈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정보통신부도 경쟁력제고를 위해 하반기중 1개가 아닌 2개이상의
시외전화사업자를 선정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한전의
향배와 함께 이들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이 한전및 도로공사등과 제휴,시외전화사업참여를 본격화
하는 경우 데이콤의 대주주인 LG그룹및 동양그룹과의 한판승부가 불가피,
지난해의 제2이동통신사업자선정때와 같은 대기업그룹간의 일대격전이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