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를 냈던 중소기업이 되살아나는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시장개방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된 지난해 오똑이처럼
재기에 성공한 업체들이 늘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94년 한햇동안 재기에 성공한 업체가 무려 98개사로
한해전보다 2.5배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재기사례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여성용 핸드백등 피혁제품을 생산하는 기흥상사의 신동수사장은
지난해 10월 평생 잊을수없는 아픔을 맛봐야했다.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 장안지점으로 돌아온 1천만원을 결제치못해
최종부도처리된것이다.

한국고유 브랜드로 세계적돌아온 1천만원을 결제치못해 최종부도처리됐다.

올해 나이 35세인 신사장은 피혁전문기술자.

10여년간 중견피혁업체에서 유능한 기술자로 일하던 그는 지난 92년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으로 피혁업체를 키우겠다는 야망을 품고 장안평에
사무실과 공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신사장의 꿈은 1차관문인 백화점 입점에서부터 꺾였다.

"쉬크"라는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없던 백화점측은 기흥상사에 기회를
주지않았다.

외국산은 수익도 많이 나고 잘팔리는데 값싼 국산제품을 팔아야 별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사장은 93년초 어렵사리 백화점 진출에는 성공할수있었으나 문제가
또 생겼다.

새로운 디자인과 신소재 제품을 생산하다보니 중소기업으로는 벅찬
투자를 계속할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10월20일.자금융통에만 온통 신경을 쓰던중 거래은행으로부터
당좌거래정지 통고를 받았다.

"너무나 두려워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고 당황만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져 자금융통이나 은행설득 작업도 한번 못해봤습니다"

신사장은 당시부도는 충분히 막을수도있었으나 경험미숙으로 당황만하다가
부도를 냈다면서 기업경영을위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부도이후 어음결제 요구가 쏟아져 총부도액은 1억3천만원에 달했다.

이회사는 부도가 나자 사장은 비롯한 25명의 전직원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해보자는데 의견이 모였다.

사장은 집까지 처분해가며 대금결제에 나섰고 종업원들은 회사정상화까지
월급을 받지않고 일에 매달렸다.

정상화에는 거래은행의 지원도 큰힘이됐다.

기흥이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이라는 것이 평가됐고 부도가 일시적인
자금난이라 조금만 지원해주면 살아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흥은행은 11월말 당좌거래정지처분을 해제,당좌거래를 부활시키고
추가로 자금지원까지 해줬다.

기흥상사는 현재 서울시내 10여개 백화점에 물건을 내놓고있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40%정도 증가한 17억원을 매출목표로 잡고있다.

한국광학은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고 재기한 업체로
꼽을 수 있다.

구로공단에 위치한 한국광학은 지난 63년에 설립된 32년의 역사를
가진 안경제조업체.

이회사는 인건비상승에 따른 채산성 약화를 타개하기위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에 나섰다.

90년초 중국 강소성으로 생산공장이전에 나서 92년 가동을 목표로
10억원이상을 투자했다.

한국공장의 생산라인을 모두 옮기기로하고 국내공장은 문을 닫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92년 가동을 목표로 국내생산라인을 모두 이전했으나 현지공장의
운영미숙과 중국근로자들의 적응력부족으로 요구하는 제품이 나오지않아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결국 일시적인 자금난에 몰려 지난해 12월 5백만원의 부도를 냈으나
일주일만에 경영자가 자금융통에 성공,최악의 위기를 극복할수있었다.

중국공장도 다행이 연말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가 회사정상화의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1월에만도 10만달러정도의 수출이 가능할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국내최대 혈액백및 혈액신장제 생산업체로 연간매출 3백억원,종업원
4백50명인 녹십자의료공업은 기업의 자금운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보여주는 케이스다.

의약품메이커인 녹십자로부터 독립,지난 80년 설립된 녹십자의료공업은
국내 독점제품을 생산,탄탄한 기반을 가진 회사였다.

비극은 거래선으로 의약품원료업체인 한회사에 보증을 서준 것이 발단이
됐다.

보증서준 회사가 부도를 내 수십억원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연쇄부도에 이르게 된 것.

다행히도 모기업인 녹십자가 자금을 출자,부도를 해결하고 경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상화됐다.

삼성세라믹은 새로운 주인을 맞아 회생된 기업.

적벽돌등 건자재를 주로 생산하는 이회사는 93년 3월말 판매난과 이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를 냈으나 한달만에 기업경영에 뜻을 가진 새
주인을 만나 극적으로 회생됐다.

개인사업가인 이강배사장은 자신의 자금으로 부도난 어음을 결제하고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에 들어가 회사정상화를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있다.

올들어 건축경기회복으로 건자재 수요가 되살아나 전망을 밝게하고있다.

올매출목표를 10억원정도로 잡고있다.

회사측의 눈물나는 자구노력과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소기업
회생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기한 기업들이 사례에서 배워야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