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판도가 변하고 있다.

선두를 달리던 제일은행의 아성이 흔들리며 조흥은행과 상업은행이
맹추격을 하고있고 신한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후발은행중에선 하나은행이 보람은행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는 있는
반면 동화 동남 대동은행의 위상이 흔들거리고 있다.

지방에선 광주은행의 신장세가 눈에 띄고 경기 경남은행이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94년일반은행 수지상황"은 이처럼 은행권의
세력지도가 변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판도변화의 가장 큰 쟁점은 누가 1등은행인가에 모아진다.

최근 몇년간 외형(총수신)이나 업무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제일은행이
이름 그대로 국내 "제일"의 은행위치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결과는 제일은행이 외형은 그런대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업무이익과 당기순익 모두 조흥은행에게 우위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익은 7대시중은행중 유일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제일은행으로선 상업증권(일은증권)인수에 3천5백억원이 들어가는등
자금이 많이 묶여 있었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었던 만큼 올해를 다시 주목해 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어쨋든 당분간은 "제일"의 자리를 양보해야만 한다.

상업은행의 성장도 괄목할만 하다.

상업은행은 그동안 업무이익과 당기순익모두 7대시중은행중에서 꼴찌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업무이익(5천9백84억원)에서 한일 서울신탁 외환은행을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당기순익(5백45억원)도 서울신탁은행(5백31억원)을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젠 후발은행이 아닌 "8대 시중은행"으로 불러달라는 신한은행은 외형이나
이익규모 모두 사실상 7대시은수준으로 접근했다.

업무이익은 3천4백97억원으로 7대시은 평균인 4천7백46억원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당기순익은 7대시은을 모두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수신고도 조만간 외환은행은 따라잡겠다는 당찬 생각까지 갖고 있다.

91년 같은해에 태어난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주목거리다.

하나와 보람은 지난 92,93년 모두 업무이익은 보람이, 당기순익은 하나가
박빙의 우위를 차지하는등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보람이 업무이익에서도 하나(1천65억원)의 70%선에
불과한 7백25억원을 기록하고 시중은행중에선 유일하게 주식투자이익이
감소, 당기순이익에서도 크게 밀렸다.

이북5도민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동화은행과 대구와 부산등 "지방에
본사를 둔 시중은행"이라는 어정쩡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동 동남은행은
모두 순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바뀌었다.

특히 대동은행은 영업부진으로 조성춘행장이 취임한지 1년도 못돼
물러나는등 앞으로 당분간 회복이 힘들지 않겠냐는 우려마져 낳고 있다.

지방은행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신장세를 보인 곳은 광주은행.

국내 처음으로 다운사이징시스템을 도입하는등 업무의 전산화가 영업력의
신장으로 이어지면서 단번에 지방은행중 당기순익 2위라는 상위권으로
부상했다.

전북은행은 순이익증가율 3백90%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으나 최근
정승재행장이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입건되는 바람에 빛이 바래졌다.

반면 지방은행중 이익규모가 가장 큰 대구은행의 당기순익 신장율이
0.5%에 머무르고 부산은행 경기은행 강원은행 경남은행 충북은행등 대부분의
지방은행들의 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경기은행은 90년이후, 경남은행은 91년이후 매년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등 "지방"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화무십일홍".

은행권들의 판도변화는 이처럼 빠르다.

금융자율화와 국제화가 본격화되는 올해는 이러한 부침의 진폭이 더욱
커질거란게 금융가의 전망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