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그룹의 정기인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예년에 비해 승진인사가 풍성했다.

특히 부장에서 이사대우에 올라 "별"을 단 사람들이 많았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출범이라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화인력들이
대거 등용된 인사였다.

연공서열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발탁인사도 속출했다.

대기업기업들이 저마다 경쟁력학보를 위해 인사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신인사의 흐름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 편 집 자 >
***********************************************************************

현대 삼성 LG등 대기업그룹은 이번 정기임원인사를 사상 최대규모의 승진
인사로 장식했다.

현대그룹은 무려 3백47명의 임원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가 전년대비 86명(32%)이나 급증했다.

창사이래 최대승진인사였다.

이같은 무더기 승진인사는 영업실적호전에대한 보상차원으로 보아 분명
하다.

현대전자와 현대자동차등 상대적으로 더 호황을 누린 계열사에서 승진자가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규모설비투자와 확대경영이 예상되는 부문에서 이사대우가 된 "신인"을
대거 발탁해 치열할 경쟁을 준비했다는 의미도 포함됐다.

삼성그룹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3백91명의 승진명단을 발표했다.

이 역시 창사이래 최대 승진풍년이다.

LG그룹도 2백53명을 승진시키면서 그룹설립이래 최대승진으로 기록경신을
했다.

이번 승진인사에서는 부장급이 이사대우를 등극하는 "임원입문"이 유달리
많았다.

부장 2~3년만에 임원진에 합류하는 고속승진도 여기 저기 눈에 뛴다.

무더기 승진인사, 그리고 "신인"의 대거 발탁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확대
경영을 대비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WTO체제출범과 더불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세계 기업전쟁에 던지는
승부수가 이번 인사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전쟁에선 공격이, 공격을 위해선 아무래도 젊음이 필요하다.

전쟁터(국제분야)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인사에선 국제업무경력이 돋보이는 젊은 인사들을 임원진에
대거 흡수해 보다 확대경영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다.

현대그룹의 승진대상자중에서 절반가량인 1백61명이 이사대우승진으로
메워졌다.

작년과 비교해도 51명이 많았다.

이 그룹의 임원승진자들가운데 60%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거리
였다.

글로벌 경쟁에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LG그룹은 21세기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부장들은 대거 임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룹측은 이를 자랑스레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일종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LG그룹은 87명의 부장을 이사대우로 승진발령했다.

작년의 경우 59명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부장들에게 파격적인 임원
승진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번인사에서 부장급 2백2명을 이사보(다른기업의 이사
대우에 해당)로 발령했다.

작년인사때보다 승진자가 73명이나 많았다.

이들 이사 입문자들은 대부분 77~78년에 입사한 사람들이다.

17~18년만에 이사등극의 꿈을 이룬 "부류"다.

심지어 80년대에 입사한 사람도 있다.

삼성전자의 조수인 연구위원(이사보)은 82년에 공채로 입사해 13년만에
"스타"를 달았다.

그룹 동기생들 대부분이 차장이고 보면 두단계를 앞서간 셈이다.

입사후 보통 20년이후에야 임원진에 합류하는 연공서열식의 과거 인사와
완전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볼수 있다.

두산그룹도 부장경력 2년정도인 초임부장 2명을 일약 임원(이사대우)으로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대표적 기업이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의 탈피를 실천했다
고나 할까.

반면 회장 사장급같은 최고경영자의 자리이동은 예년에 비해 미미했다.

그러나 소수인사라도 글로벌 경영 체제확립에 촛점을 맞추었다.

엘지그룹의 사장및 부사장급 국제통들이 해외지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중국통인 천진환사장이 중국지역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미국통인 구자극사장이 미주지역본부장으로, 해외업무경력이 풍부한
육동수부사장이 동남아지역본부장이 됐다.

현대전자의 경우에도 이사대우층에서뿐이 아니라 해외현지법인에 근무중인
김영환 박종섭전무등 2명을 전격 부사장으로 발령해 "국제업무경력"을
발탁했다.

이들 대기업그룹의 새 진용이 호황을 어떻게 장기화시킬지, 또 WTO체제는
어떻게 요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