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이카 프로젝트 완결,사우디아라비아로 출발하겠음".군대 전문같은
팩시밀리용지 한장이 새해벽두부터 서울 대치동 중보화학 본사사무실에
날라왔다.

내용은 자마이카에 추진중이던 합작프로젝트가 성사됐으며 다음
타킷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겠다는 실무자들의 보고였다.

이는 중보가 올해 추진중인 5개국 합작프로젝트의 순조로운 첫 출발을
알리는 낭보였다.

발포폴레에틸렌 포장용 필름등 플라스틱제품을 생산하는 이회사는
현재 모로코 투니지 필리핀 파키스탄 체코 포르투칼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짐바브웨등 10개국에 현지 합작공장을 거느리고있다.

중미의 자마이카에서 날라온 소식은 새해 사업의 전조를 알리는 "연하장"
이기도 하지만 2천년까지는 최소한 30개국이상에 다국적 생산기지를 구축
한다는 중기계획을 가시화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중보맨들에게 심어준 쾌거
였다.

중보는 서울본사인원 8명에다 경남 김해공장의 30명이 살림을 꾸려가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그렇지만 이회사는 세계 전역을 시장으로 간주,지구촌곳곳을 누비고있다.

뜻이 있고 이에 걸맞는 진출노하우만 있다면 기업규모의 크고 작음은
핑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천하고있다.

을해년 새해에 중소기업에게 떨어진 지상명령중 하나는 세계화이다.

안방시장에서 더이상 보호막이 존재할 수없는 현실은 거꾸로 세계속에
정면도전하라는 시대적인 요구를 담고있다.

"지구촌 경쟁". 올해 중소기업이 풀어야할 화두가될 수밖에 없다.

세계화는 막연히 해외 생산기지를 마련해야한다든지 수출주도산업으로
나가야한다는 막연한 주문은 아니다.

하이테크기술과 합리적인 경영노하우를 갖고있는 선진국기업과 저임의
메리트로 도전하는 후발개도국기업들과의 싸움에서 거뜬히 이겨낼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소기업들의 새해포부는 비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팬시업체로의 부상을 꿈꾸고있는 모닝글로리는 디자인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세계화의 포커스를 맞추고있다.

종업원 3백50명중 1백20명이 디자이너인 이회사는 지난연말 새로
뽑은 20여명중 5명이 "해외유학파"이다.

내수시장용 디자인개발을 위해 선진국시장을 "염탐"하던 구태를
벗어나 현지인의 감각을 제품개발에 적용해보려는 시도의 하나이다.

회사측은 일본 동경과 미국 LA에 지사를 내 현지화된 마케팅개념을
올해중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자동차용 라이닝과 패드를 생산하는 한국베랄은 제휴선인 영국 베랄사와
수평적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 플랜트수출을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등에 1백만달러의 마찰재플랜트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2백만달러를 내보낼 야심이다.

세라믹원료업체인 한국바이오텍은 유럽에 마련한 판매법인을 통해
유럽시장에서 일산등과 한판승부를 벌일 각오이다.

지난해 현지금융회사인 어틀랜트레이드 파이낸셜 서비스와 합작으로
자본금 1백만달러의 프랑코리아사 설립,유럽식 시장공략의 디딤돌을
놓았다. 이회사는 올해 5백만달러상당의 새라믹원료와 원적외선제품을
본바닥.유럽시장에 상륙시킬 계획이다.

선진국기업을 인수한 동우아이엠에스와 건설도장공업은 현지기업의
육성을 통해 세계화를 실현한다는 각오를 다지고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공장을 두고있는 동우는 지난해 인수한 이탈리아
공장과 한국내 생산공장을 상반기중 가동,다국적 생산체제로 세계 최고의
3차원측정기 회사에 도전하고있다.

건설도장은 미국의 인오거닉코팅사를 통해 미국내 페이트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텐트생산업체인 진웅은 중국과 스리랑카에선 생산을,미국
일본 호주등의 현지법인은 현지마케팅을,서울 본사와 홍콩법인은 금융과
조직관리드을 전담하는 다채널경영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세계속의 중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대단하다.

썬웨이보일러는 기획실에 영어 노어 일어 중국어등을 구사하는 인재를
라인업,해외 프로젝트수행에 있어 빠른 행보를 가능케하는 조직을
구성했다.

이중 외시출신도 있다.

보링그라우팅업체인 삼보지질은 외국어교육을 강화,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

따라 오지못하는 종업원은 중도탈락될 수밖에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이고있다.

세계화의 길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렇지만 인력양성과 올바른 브랜드 마케팅 전략 수립,업계간 공조체제
구축등이 어우러져야만 결실을 얻을 수있다.

세계화는 말로만 되는게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