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의 규모와 방식부터 재경원과 건설교통부등의 시각은 판이하다.

재경원은 민자유치를 치밀하게 추진하지않을 경우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초과현상을 초래,경제안정기반을 위태롭게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수도권5개 신도시를 한꺼번에 추진했을 때 겪었던 자재 인력
토지시장파동을 사례로든다.

이에대해 건설교통부등은 "민자유치의 기본취지가 민간기업의 투자활력을
끌어들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이상 기업의 투자유인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특히,대상사업등을 정부가 일괄적으로 재단하려는 것은 넌센스"라는
견해다.

말하자면 일단 전을 최대한 넓게 펼쳐놓고 고객(기업)이 골라잡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대해 재경원은 우리경제의 규모와 공급부문의 여력에 비추어 연간
민자유치기간을GNP(국민총생산)의 1%정도로 제한해야한다고 본다.

내년 경상GNP를 3백39조5천억원으로 잡을때 연간 약 3조3천억원정도를
넘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건설투자가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5%정도로 세계최고수준(선진국
최고인 일본의 경우 19%)이다.

신경제5개년기간중 적정성장(7%선)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GNP의 4.5%정도의
재원이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입돼야한다.

이중 정부부문에서 투입가능한 재원이 3.5%~3.7%정도. 따라서 GNP의
0.8~1%정도를 민자로 유치하는 것이적정하다는 것.

이에따라 신경제계획이 만료되는 97년까지 앞으로 3년간 약10조원정도를
민자유치의 적정선으로 잡고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건설교통부 한개부처에서 내놓은 민자유치규모(13조
4천억원)에도 못미친다.

건설교통부는 당초 지방도시의 우회도로건설사업만 68개도시 76개노선
전체를 민자유치대상으로 계획했다.

지역여건에 따라 투자타당성이 천차만별이고 재정평편이 저마다 상이한
실정인데 이를놓고 중앙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었다.

차라리 전체 대상사업을 제시해놓고기업들이 골라잡도록하자는 발상
이었다.

그러나 재경원(과거 경제기획원)의 반대에 부딪쳐 11개 노선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같은 논리에 따라 경인운하(1조2천억원)동서고속철도(3조7천억원)등
초대형사업들은 한참 뒤로 밀려날것으로 보인다.

사업추진방식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크다.

재경원은 우선 시범적으로 몇개를 추진해본다음 대상을 넓혀가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민자대상사업들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감안할때
지역단위로 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다.

이를테면 경인운하사업과 난지도개발 신공항전철및 인천일대 매립지개발
등을 연계시켜 민자를 유치하자는 것이다.

현재 기업들의 참여의사를 밝힌 민자유치모는 대략 45조원규모(대한상의
조사)에 달한다.

물론 당장 한꺼번에 추진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재경원의 계획규모(3년간
10조원)에 비추어 과열경쟁양상이다.

더욱이 같은 사업을 놓고기업들마다 투자타당성을 높이기위해 노리는
부대사업도 저마다 달라 앞으로 본사업과 부대사업선정을 둘러싸고
진통이 클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우기 정부투자기관인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사업의 독자적인 추진을
구상하는 등 공기업까지 참여할 태세여서 갈수록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기업들은 앞으로 본격적인 지자제시대가 열리게되면 지역개발사업과
민자유치가 맞물리게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다투어 의향서를
제출하고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경인운하사업.막상 칼자루를 쥔 재경원은 우선순위
에서 내려놓고있는데도 동아건설 대우 극동건설컨소시움등이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삼성도 뛰어들 태세다.

서울과 강원북부지역을 잇는 교통망건설의 경우 전철과 고속도로 2가지
수단을 놓고 우선순위 다툼이 필연적이다.

우성건설등 30개 건설업체들이 추진하는 고속전철사업과 대우 현대
용마건설등은 고속도로에 의향서를 내놓고있다.

이들도 서울~춘천~강원북부 노선과 서울~양평~홍천 노선을 놓고
경합중이다.

영종도신공항 관련사업도 마찬가지다.

항공회사를 거느린 한진과 금호그룹은 건건이 대결하는 형국이다.

연결고속도로사업에만 한진 금호외에 동아극동 럭키금성 삼성등이 벼르고
있고 전급연육고사업에도 포철 한진,전용철도사업과 열병합발전소사업에는
한진과 금호가 버티고있다.

타당성이 높아보이는 도시주변 경전철사업도 경합이 치열한 사업이다.

서울과하남을 잇는 경전철사업엔 삼성 금호등이,부산~김해 경전철사업엔
삼성 금호한진 럭키금성 부산광역도시전철사업에는 한진 극동에 이어
롯데도 도전장을 내놓고있다.

특히,사업추진방식이나 부대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복안이 저마다 다른
것도 문제다.

경인운하사업을 놓고 동아그룹은 인천매립지사업과 연계를,삼성은
난지도개발및 김포일대 신도시개발을 염두에 두고있고 하남시경전철사업을
둘러싸곤 그린벨트까지 포함한 하나신도시개발을 노리는 업체도있다.

지자체의 민자유치와 기업의 직거래 재경원에서 민자사업을 통제
하겠다는데 반해 민선시장등장이후 지자체별로 대대적인 민자유치사업을
추진하려는 지방도시들이 줄을 서고있다.

지방의 민자유치사업도 관계법령에 따라 중앙의 통제를 받게돼있다.

하지만 정치력이 뒷받침되는 민선시장이나 도지사가 지역정서등을 등에
없고 독자적으로 민자사업을추진할 경우 문제는 다르다.

이미 "중앙에서 통제를 한다면 지방과 직거래하겠다"는 전략을 펴
성사시킨 사례가 나오고있다.

현대는 중앙정부의 통제로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전남 율촌공단개발사업을
전남도청과 도민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이뤄냈다.

전남도가 앞장서서지방공단이던 율촌공단을 국가공단으로 승격시키고
대기업이 개발,입주할수 있는 길을 터주었더 것.

삼성이 승용차사업에 진출하면서 중앙(과거 상공부)의 반대를 피해
부산지역정서를 교묘히 파고들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주요건설업체들이 지방조직을 대폭 강화하거나 지방에 자회사를
설립하는등 지방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역평중과 지역균형개발의 저해요인 현재 정부에서 추진중이거나
기업에서 의향서를 내놓은 민자사업들의 대부분이 수도권과 부산권에
집중돼있다.

이 두곳외에 관광단지개발을 노리고강원도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더러
있을 뿐 다른 지역은 거의 전멸인 상태다.

경제원리에 입각할 경우 이를 통제할 방법은 사실 전무하다.

그렇지만 지자제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지역간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여기에 판국에 민자사업까지 두곳에 집중될 경우 다른 지역의 상대적인
낙후가 심각해질 것이 확실하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